당시 성서초교 도형기교장 “하루도 마음 편한날 없어”

  • 입력 2002년 9월 27일 18시 43분


“아이들 생각에 마음 편한 날이 없었습니다.”

91년 3월 개구리 소년들의 실종 당시 대구 성서초등학교 교장이던 도형기(都亨基·76·대구 수성구 상동·사진)씨는 27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아이들을 찾지 못하고 퇴임해 지금까지 죄스럽다”고 말했다.

도씨는 개구리 소년들이 실종된 뒤 정년퇴임한 그 해 8월까지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거의 날마다 학생들과 함께 역이나 터미널에서 안내전단을 돌렸고 틈만 나면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 그들의 가족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기도 했지요. 그래도 아이들이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릴 수 없었는데 이렇게 유골로 발견돼 허망합니다.”

도씨는 교직원과 학생 400여명이 참석한 퇴임식에서조차 “실종된 우리 학생들을 꼭 찾아야 한다”는 말로 퇴임사를 대신했다.

“골목에서 어린이들이 여러 명 지나가면 혹시 그 아이들이 아닌가 싶었어요. 외국에 나갔을 때 한국 어린이를 보아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종된 아이들은 꿈에도 여러 번 나타났습니다. 어디에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는 “아이들이 뜻밖에 와룡산에서 발견돼 더 미안한 마음”이라며 “처음부터 산을 잘 살폈더라면 가족들의 상처도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종된 아이들이 어떻게, 왜 죽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산에서 헤매다 과연 얼어죽었을까요? 아이들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을 갖고 경찰이 수사했으면 합니다.”

도씨는 “이제 아이들을 가슴에 묻어야겠다”며 “아이들이 저 세상에서 실컷 공부하면서 함께 뛰놀기를 바랄 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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