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방자치학회장 "관건은 재정확보"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56분


“지방자치와 분권이 확보되면 투명하고 열린 사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더 복잡한 문제가 생기더군요. 한국도 일본을 연구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합니다.”

경주에서 열린 한일지방자치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첫 방한한 일본지방자치학회 가모 도시오(加茂利男·57·오사카시립대 법학과 교수·사진) 회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반세기 역사를 가진 일본의 지방자치가 지금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두 나라의 지방자치학회는 11년째 해마다 함께 모여 지방자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도 2차대전 이후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80년대부터 지방분권추진법을 만들고 제도개혁을 적극 폈습니다. 중앙정부의 기관위임사무제도를 폐지하고 정보공개법을 제정하는 등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주민과의 관계를 민주적으로 개선하는 골격을 마련했어요. 특히 비영리단체 지원법은 주민들의 자치의식을 높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가모 회장은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적극 분산시키면 지방자치가 활짝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가고 있다”며 “자치단체를 통폐합하지 않고서는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의 국가채무가 693조엔(약 7000조원) 입니다. 3230개나 되는 기초자치단체를 통폐합하지 않으면 국가채무를 줄일 수 없다는 중앙정부의 입장 때문에 논란입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전보다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정치는 활성화돼야 합니다. 일본은 7, 8년 전만 해도 지방정치는 정당 공천에 매달려 중앙정치의 대리전과 같았어요.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는 다르다는 인식이 뿌리내려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1일 나가노(長野)현 지사 선거에 나선 유력 후보자들은 정당공천을 거부했습니다. 돈이나 정당보다는 자원봉사자를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요.”

가모 회장은 “일본은 지자체가 너무 많아 지방자치가 확립되지 못하는 반면 한국은 지자체의 규모가 주민자치를 하기에는 너무 큰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주〓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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