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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6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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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찾아온 눈병으로 시력을 잃은 대학원생이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주인공은 23일 경북대에서 ‘장애인 노동시장에 관한 세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장삼식(張三植·38·사진)씨.
장씨는 대구 서구 원대동 제일종합사회복지관(관장 정재호)의 도움을 받아 4년 만에 초인적인 일을 해냈다.
교수를 꿈꾸던 경제학도였던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때는 90년. 흔한 눈병으로 시력이 조금씩 떨어지다 4년 만에 시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내가 시력을 잃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정말 암담했어요. 더욱 절망스러웠던 건 평생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위치와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99년부터 논문을 쓰기 시작한 그는 점자를 익히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 등 뼈를 깎는 노력으로 425쪽 분량의 방대한 논문을 완성했다.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무엇인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외국에 비해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이 낮은데다 취업을 하더라도 임금이 턱없이 적습니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장씨는 장애인의 자활을 위해 정부가 장애인으로 구성된 기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이나 영국 같은 곳은 정부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공장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 자립공장은 너무 영세해 자생력이 약해요. 외국의 좋은 모델을 도입해 볼 만합니다.”
그는 시력을 잃고 난 뒤 밀려온 절망과 가족(부인과 아들)에 대한 미안함, 빛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표현해 그동안 ‘꿈은 슬픔을 가로질러 자란다’ 등 2권의 시집을 펴내기도 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