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여자 유창혁' 박지은2단/"다음 목표는 루이9단"

  • 입력 2000년 2월 14일 19시 31분


‘여자 유창혁’.

11일 제1회 여류 명인전 결승 3번기 최종 대국에서 이영신 2단을 꺾고 첫 우승을 차지한 박지은 2단(17)의 별명이다. 웬만한 남성 기사들도 쩔쩔 매게 하는 공격적인 기풍 때문이다. 곧잘 패착으로 이어지는 ‘덜컥 수’도 그렇고 대국마다 “박지은 맞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기복이 심한 것까지 닮았다.

우승을 했지만 이 대국에서는 그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초반 상변에 덜컥 뛰어들었다 대마가 몰사당했다. 중반 중앙의 두터움을 무기로 추격해 전세를 만회했고 끝내기에서 이 2단의 착각까지 겹쳐 254수만에 반집을 이겼다.

“운이 좋았습니다. 사실 초반 대마가 죽는 바람에 조금 두다 안되면 돌을 던지려고 했습니다. 이겼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한 대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운이 따른 승리하고 해도 그는 여류기사중 돋보이는 차세대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입단 3년째를 맞는 그는 지난해 37승25패를 기록했다. 중요한 것은 KBS바둑왕전 본선에서 서봉수 9단을 이긴 것을 비롯해 남성 기사들과의 대결에서 20승18패의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여류기사들중 루이 9단을 빼고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싸움닭’답게 야심도 만만치 않다.

그는 “언젠가는 ‘여자 유창혁’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다”면서 “남성들과 경쟁해 당당한 나만의 별명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얼핏보면 남자로 착각될 정도로 짧은 머리에 공격적인 바둑스타일만큼 성격도 거침이 없고 솔직하다. 별명은 유창혁 9단을 닮았지만 바둑은 조훈현 9단을 닮고 싶단다. 포석에서 헤매는 약점을 보완하고 싶은 게 그의 욕심이기 때문이다.

10살 때 바둑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97년 프로에 입단하면서 중학교를 자퇴했다.

“친구들이 적어 가끔 외로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바둑에 뛰어든만큼 참아야죠. 루이나이웨이 9단을 이기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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