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자수]5共때 민주인사 고문 악명 '저승사자'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0시 35분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61)전 경감은 70년 순경으로 경찰에 몸담은 뒤 88년 12월 민청련의장이던 김근태(金槿泰·52)국민회의 부총재를 고문한 혐의로 검경의 수배를 받아왔다.

도피 전까지 이씨는 거의 대공분야에만 몸담아 온 ‘공안통’으로 경찰 내부에서는 고문전문가로서 인정을 받았고 80년대 민주인사들에게는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로 불렸다.

11년이라는 사법 사상 최장의 도피행각을 벌인 이씨는 그동안 그를 봤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때 밀항-사망說 나돌아

이 때문에 검경 안팎에서는 ‘밀항설’ ‘사망설’ 등과 함께 과거 그가 간첩을 잡기 위해 1년간 엿장수로 변장했던 경력 등을 감안해 교묘히 변장하고 다닌다는 설과 가짜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성형수술 등을 한 뒤 칩거하고 있다는 설까지 나돌았다.

경찰 재직시 이씨의 ‘활약상’은 놀라웠다.

재직기간 매번 특진기회를 잡아 ‘고속승진’했고 79년 경위로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 근무할 때는 청룡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이씨가 재직기간중 각종 표창을 받은 것은 모두 16차례.

이중에는 간첩을 검거한 실적이 4회 포함돼 있고 81년에는 서울대생들의 ‘무림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해 내무부장관 표창을, 82년에는 ‘국가안보 기여’로 9사단장 표창을 각각 받았다.

◇핏발선 눈 구릿빛 얼굴

특히 86년 경찰의 날에는 대통령으로부터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옥조근정훈장까지 받았다.

이씨로부터 고문을 받은 피해자들은 그를 구릿빛 얼굴과 핏발선 눈을 가진 90㎏ 거구의 ‘저승사자’로 기억한다.

80년대에 ‘박중령’으로 불린 그는 ‘관절뽑기’부터 ‘볼펜심문’에 이르기까지 각종 고문기술에 통달해 다른 기관에까지 ‘고문출장’을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 H중, 서울 G고를 졸업한 이씨는 공군헌병 출신으로 인사기록카드에 취미는 독서, 특기는 합기도로 적혀 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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