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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9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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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늘 육두문자를 달고 다니는 ‘깡패 전문’ 연기자 허준호가 상처(喪妻)한 시인 겸 국어교사로, 튀는 신세대 여성 단골역 이혜영이 그를 사랑하는 동료 교사로 나온다면….
SBS가 13일부터 ‘고스트’ 후속으로 방송하는 새 월화드라마 ‘맛을 보여드립니다’(밤9·55)에서 이들은 힘겹게 사랑을 일궈내는 송연우와 이혜남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MBC ‘왕초’에서 3류 깡패인 ‘발가락’과 김춘삼 휘하의 여자 거지 ‘까마귀’로 출연해 철천지 원수로 아귀다툼하던 사이여서 더욱 이채롭다.
그간 ‘어떻게 하면 다음에는 색다른 깡패로 거듭날 수 있을까’만 고민하던 허준호에게 이 배역의 제의는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즉석에서 그 제의를 거절할 정도였다. 그만큼 그는 ‘왕초’ 외에도 △강남지역 보스(MBC ‘복수혈전’) △최민수를 따라다니던 애송이 건달(영화 ‘테러리스트’) 등의 연기를 통해 악역 전문으로 이미지를 굳혀왔다.
“그렇게 험악한 인상도 아닌데…. 당대의 터프가이로 꼽혔던 아버지(허장강)의 영향도 만만찮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허준호는 자신도 부드러운 남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결국 이 배역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늘 정장차림이던 옷도 허름한 셔츠로 바꿔 입었고 머리에서도 기름기를 뺐다. ‘촌놈’에 가까워졌다.
허준호 만큼이나 이혜영의 배역도 ‘깜짝쇼’라는 평. 이혜영은 “내 안의 또다른 캐릭터를 찾아낼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문정수PD는 “촬영 초반 연기의 ‘톤’을 잡는데 애를 먹었지만 본인도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인지 금세 적응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