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문열씨, '부친生死 미스터리'에 당혹

  • 입력 1999년 8월 15일 18시 45분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는데, 자기가 내 동생이라는데, 증거는 없고… 답답합디다.”

소설가 이문열(李文烈)씨와 부친 이원철(李元喆)씨를 잇는 끈은 결국 연결되지 못했다. 이씨가 중국 옌지(延吉)에서 ‘부친이 이미 작고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제(望祭)까지 지냈던 것이 9일.

12일 그는 “부친이 살아계시며 이복동생인 옥경씨를 데리고 나가겠다”는 조선족 ‘상봉 브로커’의 팩스를 받았다. 이씨는 다음날 형인 연(然)씨와 함께 다급히 옌지로 떠났다.

13일 밤 옌지 모처에서 만난 ‘여동생’은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이복동생이라는 사실조차 믿을만한 물증이 없었다. ‘동생’임을 주장하는 여성 앞에 그는 “신원확인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모습과 ‘나는 살아있다’고 얘기하는 육성이 수록된 테이프를 가져오라”는 말을 남긴 뒤 형을 현지에 남겨둔 채 15일 귀국했다.

15일 본보 기자와 만난 이씨는 북한당국이 이번 일에 직접 관련돼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망제를 계기로 부친에 관한 것은 모두 잊고 싶었는데…. 곤혹스럽습니다. 이산가족의 슬픔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으니….”

〈베이징·옌지〓이종환특파원·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