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씨 한컴 떠난다…보유주식 모두 매각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45분


워드프로세서 ‘글’로 벤처기업 신화를 창조한 한글과컴퓨터(한컴)의 이찬진(李燦振·34)기술담당사장(CTO)이 한컴과 결별을 선언했다. 이사장은 28일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이달말 한컴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사장은 “회사가 외자유치에 성공하고 불법복제 단속으로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 새 경영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임했다”며 “앞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컴 주식도 모두 매각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이번 사임을 ‘한컴과의 완전한 결별’로 풀이하고 있다.

한컴의 전하진(田夏鎭)사장은 “회사를 설립하고 글을 개발한 이사장과는 사임 후에도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컴은 이사장이 새로 설립할 회사에 5억원 가량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사장은 서울대 공대재학 시절 선후배와 함께 글을 공동 개발한 뒤 90년 한컴을 설립해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휩쓸면서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기까지 한 신화의 주인공. 한때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사장은 지난해 한컴이 심각한 경영난을 처하자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는 조건으로 글 개발 포기를 선언했으나 글살리기 범국민 운동이 일어나자 전사장을 영입한 뒤 자신은 기술담당사장으로 물러났었다. 이에 따라 한컴과 글은 극적으로 회생했고 올들어서는 불법복제 단속에 힘입어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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