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고아로 떠난 고국 46년만에 다시찾은 윤우철씨

  • 입력 1999년 5월 18일 19시 06분


한 전쟁고아가 콜롬비아군의 군용백 속에 숨어 해외로 떠났다. 그로부터 46년. 이 고아는 노년이 되어 고국을 찾았다.

전쟁고아인 콜롬비아 교포1세 윤우철(54·콜롬비아 보고타 거주·콜롬비아명 카를로스 아르투요 가욘)씨. 그가 한국의 가족을 찾기 위해 아들 윤 카를로스 가욘(25)과 함께 17일 고국을 방문했다.

그는 53년 7월 콜롬비아 병사 아우렐리아노 가욘의 군용백에 숨어 ‘짐짝’으로 위장해 한국을 떠났다. 8개월전 부대 주변 쓰레기통을 뒤지던 그를 발견,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등 애정을 쏟아 왔던 가욘이 전쟁이 끝나면서 데리고 가기로 한 것. 콜롬비아에서의 생활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가욘은 콜롬비아에 도착한 후 그를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키는 등 잘 대해줬지만 가욘의 부인은 그를 매우 못마땅해 했다. 딸이 생기자 양어머니는 그를 심부름꾼처럼 부렸다.

수차례의 가출, 걸인 생활을 하거나 커피농장에서 막노동을 했다.

가족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다. 20세 무렵 결혼한 뒤 낳은 첫 아들의 이름을 자신의 성을 따 ‘윤’이라고 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누나를 가장 보고 싶어한다. 전쟁의 와중에 헤어진 어머니 ‘박돈애’씨와 누나 ‘옥선’, 형인지 동생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훈백’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가족은 3남1녀였다는 것도 기억한다. 그러나 살았던 곳은 확실하지 않다. 경기도 연천 부근이 아닐까 하는 추측뿐이다. “귀국하기 전에 꼭 가족을 찾고 싶습니다….”

가족 얘기를 하던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윤씨는 삼성전자가 중남미 국가로는 유일하게 한국전에 참전했던 콜롬비아의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97년 설립한 ‘삼성 콜롬비아 장학재단’에 가족을 찾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꿈에도 그리던 모국방문길에 오르게 됐다. 삼성장학재단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23일 귀국한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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