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요청」파문]되돌아본 「3인」행적

  • 입력 1998년 10월 7일 19시 33분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장석중(張錫重) 오정은(吳靜恩) 한성기(韓成基)씨의 과거 행적을 둘러싼 의문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대북 교섭창구를 맡았던 장씨의 경우 실제로 북한 군당국에 선을 댔느냐가 핵심 관심사. 그가 작년 12월10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북한 관계자는 대외경제위원회와 아태평화위원회 사람이어서 군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

대북문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장씨가 그동안 접촉해왔던 북측의 파트너가 현역 군장성이라고 전했다. 장씨가 외형상으로는 비군부 인맥과 만났지만 실질적으로는 군당국과 직접 의견을 나눈 것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사정당국이 이들의 대북접촉을 국기문란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결 고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이들과 북측의 관계에는 부인할 수 없는 근거가 이미 확보된 상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진로그룹 고문이었던 한씨에 대해선 ‘정치브로커’와 ‘정계실력자’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여권에서는 한씨가 96년 포철 자회사인 포스데이터의 고문을 맡았던 사실을 소개하면서 그를 과거 정권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로 평했다. 당시 한씨를 만났던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한 측근은 “그가 박총재의 포철 명예회장 추대를 제의하면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박총재의 화해를 주선했다”면서 “그가 여권 내부의 의사를 전하는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포스데이터측은 그러나 한씨가 96년 1월부터 같은 해 12월20일까지 비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며 주로 의료정보화 관련 영업을 맡았지만 실제 역할은 대단치 않았다고 밝혔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씨가 포스데이터에 적을 두는 과정에서 김영삼전대통령의 주치의였던 고창순(高昌舜)씨 명의의 추천서를 위조한 혐의로 8월 구속됐다는 점. 이는 결국 대기업에 속하는 포스데이터가 고문을 위촉하면서 신원조회 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여서 또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출신인 오씨는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의원과의 관계가 관심사. 오씨의 외삼촌인 박의원이 이들의 대북접촉에 배후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정가에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의원은 정권교체 후 청와대측에 오씨의 청와대 잔류를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의원이 그렇게 오씨를 챙긴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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