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서울대 오병남교수의 제자사랑법 「나무심기」

입력 1998-05-14 19:27수정 2009-09-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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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교수가 나무를 심는 까닭은….’

서울대 인문대 뒷동산에는 2년전부터 ‘사랑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잣나무 단풍나무 대나무 소나무에서 개나리 진달래 장미까지…. 매일같이 이곳을 찾아 제자들이 남기고간 나무를 돌보는 서울대 미학과 오병남(吳昞南·58)교수.

오교수가 처음 나무를 심게 된 것은 96년 어느 늦은 가을날. 아끼던 제자가 중국으로 유학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운한 마음에 나무 한그루를 남기고 가도록 권했다. 스승의 퉁명스러운 말속에 담긴 아쉬움을 모를리 없었던 제자는 오교수에게 나무 한그루 값을 맡겼고 오교수는 목련 한 그루를 사다 심었다. 그후 오교수는 제자를 돌보듯 모든 사랑을 나무에 쏟았다.

이후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은 자신이 고른 나무를 한 그루씩 기증하기 시작했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는 제자들도 나무를 심겠다고 나섰다. 두 그루를 심겠다는 학생도 있었지만 오교수는 ‘제자 사랑은 공평하다’는 원칙아래 한 그루씩만 심도록 했다.

현재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는 모두 1백10그루. 런던으로 떠난 학생들이 나무를 심은 곳은 ‘단풍나무 정원’이라 이름 붙였고 중국유학생들은 ‘대나무 숲’을 만들었다. ‘잣나무 길’과 ‘소나무 동산’‘진달래 언덕’도 있다.

지난달에는 기업체에 취직했다가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실직한 제자가 찾아와 나무값으로 퇴직금의 일부를 내놓기도 했다. 오교수는 쓰라린 가슴을 달래며 그 돈으로 모진 풍파를 견뎌내는 잣나무를 골랐다. 나무를 심던 날 오교수는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제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묘목을 품은 흙을 몇번이고 꼭꼭 눌러 밟았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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