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노엘신부,『아직 빚 많은데…』 인권상 거절

  • 입력 1997년 12월 3일 19시 48분


『장애인들은 제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 주셨고 지난 40년동안 그 분들께 너무도 많은 빚을 졌습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그 분들의 이름으로 상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3일 장애인의 날(제6회)을 맞아 장애우(障碍友)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金聖在)가 처음으로 제정한 장애우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된 천노엘 신부(65). 아일랜드 출신으로 지난 57년 한국으로 건너와 40년간 한국의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그는 수상을 정중하게 고사했다. 천신부가 장애인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70년대. 광주 농성동성당에 근무하면서 인근 갱생원에서 버려진 장애인들의 비참한 삶을 보고 이들을 위해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81년 장애인 2∼6명이 함께 가정을 이뤄 생활하는 가족형 정신지체 장애인 교육시설인 「그룹홈」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85년에는 장애인 교육시설인 엠마우스 복지관(광주 북구 운암동)을 설립했다. 그룹홈은 정신지체인들이 정상인과 함께 가족을 이뤄 아파트나 단독주택에서 생활하면서 머리감기 청소 빨래 등 기초적인 생활을 배우고 간단한 직업훈련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 천신부는 현재 4명의 장애인들과 함께 그룹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연구소측은 이같은 천신부의 고결한 뜻을 기려 제1회 장애우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했으나 천신부의 완강한 고사로 시상식을 취소하게 됐다.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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