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쓰러진 높이뛰기 꿈나무…광주 초등생 한성은군

  • 입력 1997년 11월 11일 08시 52분


「하나님 꺼져가는 우리 성은이 생명을 지켜주세요」. 일종의 혈액암인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성은(韓城垠·12·광주광천초등학교5년)군의 어머니 박문순(朴文順·41)씨는 하루일을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의 링거병을 꽂아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계속된 항암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버린 성은군을 볼 때마다 박씨는 『제대로 못먹여서 이런 병에 걸리지 않았을까』라는 자책감에 아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다. 성은군이 혈액이 제기능을 못하는 백혈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여름방학 때부터. 보이스카우트 야영을 다녀온 뒤 갑자기 쓰러진 성은군은 전남대병원에서 골수검사 결과 급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판명됐다. 1학기 때 전국소년체전 예선전에 높이뛰기 선수로 출전할 만큼 건강했던 성은군이었기에 박씨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병세가 점점 악화돼 골수이식을 받아야만 생명을 건질 수 있는 성은군에게 박씨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지금까지 치료비로 들어간 돈만도 3천여만원. 남편이 막노동을 하며 돈벌이를 하고 있지만 앞으로 골수이식에 필요한 4천여만원을 마련할 일이 막막하기만 하다. 박씨는 수술일정만 잡히면 우선 아파트전세금 2천만원을 뺄 생각이다. 수술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박씨는 주위의 온정에 무너져가는 마음을 잠시나마 추스를 수 있었다. 성은군이 다니는 광천초등학교(교장 오종후·吳鍾厚)의 학부모들과 교직원 학생들이 나서 가을운동회 때 1일매점을 운영, 5백만원을 거둬줬다. 성은군의 담임교사는 수혈에 필요한 헌혈증서 1백20장을 구해주기도 했다. 『성은이가 병상에서 「가정형편도 어려운데 저까지 아파서 미안해요」라고 말할 때 가장 가슴이 아픕니다』 벌써 철이 다 들어 엄마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아는 성은군의 파리한 손을 볼 때마다 박씨의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듯하다. 광천초등학교 교무실 062―361―5022, 5025 〈광주〓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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