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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7년 11월 7일 20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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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길 봐, 미선이가 좋아하는 별도 있고 반조각 난 달도 보이지. 이번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솟아나는 버섯집을 그릴 거야. 미선이는 저기에다 예쁜 꽃을 그려 보면 어떨까』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교남학교(교장 김충묵·金忠默) 재활농장.
홍익대 미대 회화과에 재학중인 김지현(金址炫·23·여·2년)씨와 다운증후군 장애인 안미선(安美善·22)씨가 페인트 묻은 얼굴을 맞대고 담벼락에 그림을 그렸다.
김씨와 안씨 외에도 7,8명의 대학생과 장애학생들이 구름과 태양을 그리기 위해 물감을 섞으며 웃음꽃을 피운다. 장애학생들은 그림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별…이다. 달…. 달…』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같은 학과 김민영(金旻永·25·여·1년)씨는 『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보면서 이 세상 어떤 명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 미대생이 하늘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좀처럼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 솜씨가 남다른 미대생들은 붉은 태양과 무지개가 떠 있는 낮과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는 밤하늘의 모습을 장애인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말 장애인 학생들을 돌보고 있는 교남학교 교사 정기호(鄭己鎬)씨는 LG산전의 도움으로 재활농장 부지에 사육장을 완성했다. 그러나 사육장의 회색담이 보기 흉해 아름답게 꾸밀 방법이 없을까 하고 궁리하던 끝에 무작정 홍익대 회화과에 팩시밀리를 보냈다.
이를 본 신종식(申鐘湜)교수가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13명의 학생들이 선뜻 무보수로 작업을 자원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지난 1일부터 수업을 마친 뒤 매일 이곳을 찾아 장애학생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남을 위해 봉사하는 미술」의 기쁨을 새롭게 깨우치고 있다.
11월말이면 가로 15m, 세로 2m 크기의 벽화가 완성된다. 이 때쯤이면 미대생과 장애인들의 가슴속에는 이 세상을 가득 덮을 만한 「사랑의 벽화」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