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5백t 지정기탁 이찬주씨 『가족들 살아있기를…』

  • 입력 1997년 6월 16일 20시 22분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있는 고향 가족이 우리가 보내는 이 양식을 먹고 통일될 때까지 목숨만이라도 부지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16일 서울 중구 삼각동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실에서 옥수수 5백t(6천5백만원 상당)을 고향 배천군에 지정기탁한 李贊周(이찬주·74·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전달서에 서명을 하면서도 고향 가족이 생각나는 듯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전쟁중이던 지난 50년 1.4후퇴때 이씨가 혈혈단신으로 떠나온 고향은 황해도 연백군 화성면 회장리. 지금은 황해남도 배천군 화산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씨는 6년전 북한을 직접 방문한 미국의 친척으로부터 고향에 두고 떠났던 처(74)와 아들(49), 그리고 손자 3명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들을 도울 방법을 궁리하던 중 지난달 26일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식량지정기탁이 합의되자 고향에 식량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젊을 때 직물공장을 해서 번 돈과 부동산을 팔아 3천여만원을 마련한 이씨는 지난 13일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회장리 향우회」를 소집, 뜻을 같이하는 향우회원 3명으로부터 3천여만원을 더 지원받았다. 월남후 남한에서 결혼해 현재 부인(65)과 세 아들을 두고 있는 이씨는 『고향의 처와 아들 손자들을 만나지 않고는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없다』면서 『최소한 1천t이 돼야 고향에 식량이 운송될 수 있다고 하는데 누군가 뜻있는 분들이 나서서 나머지 5백t을 보태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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