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경기 안산 누에섬 인근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안산시가 67억5000만 원을 들여 완공한 국내 첫 해상 풍력발전기다. 일대에는 평균 초속 5.7m의 바람이 불어 연간 3969MW(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약 40%에 그쳤고 전력거래소를 통해 판매해 거둔 수익은 연간 1억∼2억 원 수준이었다. 운영비를 제외하면 순이익은 수천만 원에 그쳐 설치비를 모두 회수하려면 70년 이상 필요하다. 발전기의 설계 수명은 20년이다.
정부는 일찌감치 풍력을 ‘제2의 조선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하며 현재까지 30GW(기가와트)가 넘는 해상 풍력발전기 사업을 허가했다. 하지만 가동하고 있는 시설은 1%(0.35GW)에 불과하다.
반면 대만은 2017년 첫 해상풍력 단지인 ‘포모사1’을 가동한 뒤 10년도 안 됐지만 올해 1월 기준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4.5GW(기가와트)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해상풍력 설비용량은 중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어떻게 이런 성과가 가능했을까.
대만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상풍력 확대 정책을 주도했다. 발전소 후보지를 선정하고 주민과 협의했다. 해양풍력 발전소의 경우 상업 운영까지 몇 년이 걸린다. 대만 경제부는 부처 이견을 조율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 절차를 최대한 단축시켰다. 해외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제도적 틀도 만들었다. 그러자 오스테드, CIP 등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기를 구매할 사용자도 정부가 대신 찾았다. 매년 해상풍력 전력 가격을 공고하고 대만전력공사가 해상풍력 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매입했다. 공사는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대만 주요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했다. TSMC는 직접구매 계약 방식 등을 통해 누적 4.4GW의 전력을 구입하고 RE100(재생에너지로 100% 충당) 달성 목표 시점을 2050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대만은 발전기, 증속기, 블레이드 등 주요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다 보니 ‘풍력단지를 조성했는데 정작 대만에 득이 되는 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산화 비율을 강제하다 2024년 유럽연합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대만은 한국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한국은 산업용 전기 가격은 대만보다 싸고 풍력 전력은 훨씬 비싸다. 사실 한국은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큰 흐름은 피할 수 없다. 더군다나 정부는 2035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풍력의 경우 다른 재생에너지와 비교하면 기상의 영향을 덜 받으며 해상에선 대형화가 가능하다. ‘에너지 믹스’를 고려하면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이다. 유럽은 해상풍력을 국가 산업 정책으로 육성했다. 중국도 대규모 내수시장 창출을 바탕으로 반복 설치 등으로 설치 단가를 낮추고 운영 노하우를 키우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해양 풍력발전기를 더 세게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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