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에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가 금메달을 딴 뒤 기뻐하는 모습. AP 뉴시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올림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묻는 질문에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41·은퇴)를 꼽는 사람이 많다. 그는 2000년 시드니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올림픽에 총 5번 출전했는데, 금메달 23개를 포함해 총 28개 메달을 획득했다. 이는 한 명의 선수가 올림픽에서 딴 최다 메달이다. 2008년 베이징에서는 금메달만 8개를 얻으며 단일 올림픽 최다 금메달 기록도 경신했다. 당시 한국은 금메달 13개로 전체 7위를 차지했고 이어 일본(9개)·이탈리아(8개)·프랑스(7개) 순이었는데, 개인이 8개를 받았다는 게 어떤 무게인지 짐작할 만하다.
펠프스는 위기관리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베이징 여름올림픽이 끝난 이듬해 2월, 영국 한 주간지에 마리화나용 물파이프를 흡입하는 그의 사진이 실렸다. 올림픽 영웅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려던 찰나, “후회스럽고 잘못된 행동을 했다.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지 않는 어리석고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사과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약속한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재발 방지를 다짐한 모범적 사과로 꼽힌다.
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점을 환기해 대중의 관심이 마리화나에서 다음 성취로 옮겨 가도록 유도했다. 언론도 경기력을 위해 도핑 물질을 흡입한 것이 아니고, 23세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임을 감안해 비난을 최소화했다. 오메가, 비자, 스피도 같은 스폰서들이 동조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수영연맹(FINA)도 영웅이자 롤모델 역할을 계속해 주기를 기대했다. 결국 출전 정지 3개월이라는 징계에도 대중의 신뢰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펠프스의 진가는 메달 숫자나 위기관리 능력에만 있지 않다. 그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딛고 선수로 성장했으며, 선수가 된 뒤에는 우울증과도 싸웠다. 그는 단순히 산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교사로부터 “평생 어떤 일에도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말을 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장애를 ‘고쳐야 할 병’이 아닌 ‘관리해야 할 특성’으로 봤다. 수영장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아들을 위해 식사, 등교, 훈련, 숙제 등의 일과를 빈틈없이 짰고, 경기에서 패배하거나 감정적으로 폭발할 때는 시간을 주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도왔다. 수영 코치 또한 그의 장애를 파악하고 전략을 세웠다. 완벽한 레이스를 할 수 있도록 시각화 훈련을 통해 초집중 상태를 유지하도록 했고, 일부러 수경을 발로 밟는 등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도록 훈련시켰다.
펠프스 사례는 장애와 정신질환이란 제약을 넘어설 도구로 스포츠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스포츠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결핍’을 치료해 평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특별한 에너지로 전환해 강점을 강화하도록 도울 수 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그리고 나이가 드는 우리 모두는 어떤 면에서 ‘미래의 장애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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