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얻자 평점이 떨어졌다… ‘독이 든 성배’ 된 미쉐린 스타의 역설[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동아일보

별 얻은 식당 소비자 평점 변화 보니, 별 잃은 뒤 기대치 낮아져 평점 올라
폐업률 별 없을 때보다 높아지기도… 임대료 인건비 등 압박 거세지는 탓
가치 지속 증명 못하면 오히려 ‘덫’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미쉐린 가이드 홈페이지
《미쉐린 스타가 성공 보장할까

최근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큰 화제를 모았다. 정상급 셰프로 구성된 ‘백수저’와 재야의 고수 ‘흑수저’가 오직 맛으로만 대결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백수저 셰프들의 위엄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는 단연 미슐랭(미쉐린) 스타였다.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별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몇 개를 받았는지는 그들의 요리 실력을 보증하는 훈장처럼 여겨졌다.》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레스토랑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맛집 정보를 제공하며 시작됐다. 이후 100여 년 동안 엄격하고 비밀스러운 심사 과정을 통해 레스토랑에 별점을 부여하며 ‘미식계의 오스카상’으로 자리 잡았다. 셰프들에게 미쉐린 스타는 꿈의 무대이자 성공의 보증수표다. 별을 받는 순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예약 문의가 쇄도하며, 음식 가격을 높게 책정할 정당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2010∼2020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레스토랑과 그렇지 않은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 올라온 소비자 리뷰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미쉐린 스타를 획득했거나 등급이 올라간 레스토랑의 소비자 평점은 상승하지 않거나 오히려 정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별을 잃거나 등급이 강등된 레스토랑의 소비자 평점은 오히려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연구진은 이를 소비자의 기대효과 변화로 설명한다. 미쉐린 스타는 소비자의 기대치를 천정부지로 높인다. “별이 2개나 되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지”라는 높은 기대는 웬만큼 훌륭한 서비스와 맛으로도 충족시키기 어렵다. 반면 별을 잃은 레스토랑에 대해 소비자들은 기대치를 낮춘다. “별을 잃었다더니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심리가 작용해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에도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즉, 미쉐린 스타라는 전문가의 고평가가 역설적으로 소비자의 주관적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기대효과의 덫’으로 작용했다.

소비자 만족도가 주관적 영역이라면, 레스토랑의 생존은 냉혹한 현실의 문제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미쉐린 스타가 레스토랑의 실제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2000∼2019년 미국 뉴욕시에 새로 문을 연 고급 레스토랑들을 추적 조사했다.

놀랍게도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은 별을 받지 못한 비슷한 수준의 경쟁 레스토랑보다 폐업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2005년 뉴욕에 미쉐린 가이드가 처음 도입된 이후 초기 10년 동안 별을 받은 레스토랑 중 약 40%가 2019년 이전에 문을 닫았다. 생존 분석 모델을 적용한 결과, 미쉐린 스타 획득은 레스토랑의 퇴출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이는 요인이었다.

저자는 이를 가치사슬 내의 ‘반응성’으로 설명한다. 레스토랑이 별을 받으면 그 명성은 셰프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고, 식자재 공급업체는 납품단가를 올리려 하며, 유능한 직원들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거나 자신의 가게를 차리기 위해 떠나버린다.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비용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게다가 별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더 까다로운 요구를 하기 마련이라 운영 난도는 급격히 올라간다. 결국 별은 레스토랑을 옥죄는 양날의 검이 되어 경영 악화와 폐업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초래하기도 한다.

두 연구는 요식업계에서 미쉐린 스타가 지닌 명과 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더 가혹한 평가의 잣대 위에 선다는 뜻이며, 주변의 각종 유혹과 요구를 견뎌낼 것을 요구한다. 이는 비단 요리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 문학, 예술 등 모든 전문 분야에 존재하는 권위 있는 상과 랭킹 시스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차기작에서 혹평을 받는 현상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미쉐린 스타나 상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외부의 인정은 달콤하지만, 그것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와 심리적 압박을 현명하게 관리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백수저 셰프들이 계급장을 떼고 요리의 본질인 맛에 집중했을 때 가장 빛났던 것처럼, 진정한 성과는 별의 무게를 견디며 자신만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연구① Li, Xingyi, et al. “Can Lower(ed) Expert Opinions Lead to Better Consumer Ratings? The Case of Michelin Stars.” Management Science (2025).

연구② Sands, Daniel B. “Double-edged stars: Michelin stars, reactivity, and restaurant exits in New York City.”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46.1 (2025): 148-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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