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내가 만난 명문장/김근희]

  • 동아일보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최승자 ‘내 청춘의 영원한’ 중


김근희 변리사·2026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김근희 변리사·2026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시를 읽기 시작한 건 귀동냥 덕분이다. 동아리 친구들은 건배할 때마다 좋아하는 시구를 낭독했다. 나는 시를 잘 모르던 시기였다. 차례가 다가오면 그나마 소설의 문장을 따왔는데, 그때는 그게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술을 마실 때마다 많은 시구를 주의 깊게 들었다. 빈집에 갇힌 사랑이라든가, 나는 세상에 없는 계절이라든가, 펜이 심장의 지진계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갔다.

그러던 중 ‘청춘의 트라이앵글’을 듣는 순간, 나 또한 이 가없는 삼각형에 오랫동안 갇히리라는 걸 예감하게 됐다. 서점에 시집을 찾으러 가봤다. ‘이 시대의 사랑’이라는 은밀하고 포용력 있는 시집 제목도 좋았지만 ‘시대’가 ‘時代’로 표기된 그 미묘한 시간적 불일치가 좋았다. 시집의 미감이라는 것을 나름 신경 쓰던 시기였다. 매대에 서서 나는 긴 시간 시를 읽었다. 펼쳐본 시집에서는 미감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적어도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아닌 다른 것,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싶어 하는. 화자는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로 우리를 소환한다. 괴로워서 외롭고, 외로워서 그립고, 그리워서 괴롭게 되는 청춘. 삼각형의 꼭짓점은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영원한 계단의 시작점 같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청춘의 트라이앵글은 더 거대하고 깊어진다.

이 시집을 오랫동안 책상에 놓은 적이 있었다. 시가 길어 올렸던 미처 몰랐던 감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이라는 점이 좋아서였다. 영원한 청춘. 우리의 시간선을 명명하는 다른 방법 같았다. 괴롭고 외롭고 그립다면 우리는 영원한 청춘이 아닐까. 어쩌면 삼각형 안에 있는 우리는 영원한 청춘을 지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청춘#트라이앵글#괴로움#외로움#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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