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산타클로스’ 고향은 북유럽?… 사실 지중해 출신이에요

  • 동아일보

‘산타 고향’ 장소 마케팅으로 활용
나라마다 관광 상품 만들어 운영
크리스마스 트리 등 장식품 60%
중국에서 만들어 전 세계로 유통

리투아니아 빌뉴스 대성당 광장 앞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시민들이 성탄절 관련 상품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빌뉴스=AP 뉴시스
리투아니아 빌뉴스 대성당 광장 앞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시민들이 성탄절 관련 상품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빌뉴스=AP 뉴시스
12월이 되면 곳곳은 붉은색과 초록색, 그리고 황금빛 조명으로 물듭니다.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종교 행사나 전통적 기념일만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생산과 소비의 거대한 흐름, 그리고 도시와 국가가 자신을 알리기 위해 벌이는 전략이 숨어 있거든요. 오늘의 세계지리 이야기는 산타클로스의 미소 뒤에 숨은 각국의 치열한 크리스마스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산타 선물 공장은 중국 저장성에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 우리는 눈 덮인 북유럽 숲을 떠올립니다. 예쁘고 정교한 트리 장식을 보면 유럽 국가의 장인을 떠올리죠.

하지만 현실에서 트리 공장은 낭만적인 설원이 아니라, 중국 저장성의 내륙 도시 이우에 있습니다. 이곳은 세계 크리스마스 장식의 60% 이상을 공급합니다. 서양이 가장 큰 축제를 즐기면서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거대한 제조 인프라에 기대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가 거실에서 즐기는 낭만은 사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만든 글로벌 공급망의 결과물입니다.

그렇다고 유럽 국가들이 중국 공장에서 찍어낸 상품을 그대로 수입해 같은 방식으로 소비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에서는 ‘지역화 전략’을 통해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지역화 전략이란 크리스마스 축제라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 뉘른베르크는 지속 가능한 크리스마스 축제를 앞세우며 플라스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품을 잘 쓰지 않습니다. 그 대신 지역 장인이 만든 각종 수공예 장식품과 나무 인형을 통해 독특한 경관의 크리스마스 장식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는 1570년부터 이어진 역사를 강조하며 도시 전체를 동화 속 마을처럼 꾸며 ‘크리스마스 수도’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죠. 체코 프라하는 중세 건축물이 보존된 구시가지 광장의 분위기를 살려 낭만적이고 독특한 크리스마스를 홍보합니다. 유럽은 이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재해석하여, 겨울철 비수기에도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 상품으로 활용합니다.

● 지중해 성인 니콜라우스가 북유럽 주민이 되기까지

이 축제의 주인공인 산타클로스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다들 자연스럽게 북유럽을 떠올리지만, 원조 산타인 성 니콜라우스는 눈 구경하기 힘든 지중해 출신입니다.

가톨릭 주교였던 성 니콜라우스가 형편이 어려운 사람의 결혼을 돕기 위해 밤새 몰래 재물을 가져다 놓았다는 설화가 오늘날 산타클로스 이야기의 원형입니다. 여기에 19세기 미국 작가들의 상상력과 빨간 옷의 산타클로스 이미지를 강조한 코카콜라 광고가 더해지며, 지중해 성인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눈 덮인 북유럽 산타클로스로 재탄생한 것이죠.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를 두고 현실 속 국가들은 치열한 ‘장소 마케팅’을 벌입니다. 장소 마케팅이란 기업이 상품을 팔듯이, 도시나 국가가 특정 장소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포장하여 판매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핀란드 도시 로바니에미는 ‘산타클로스의 공식 고향’임을 선포하고 산타 마을을 만들어 관광객을 끌어모읍니다. 덴마크는 자국령인 그린란드가 진짜 산타의 집이라며 세계 산타클로스 회의를 열어 정통성을 주장합니다. 캐나다 전략도 기발합니다. 산타에게 ‘H0H 0H0’라는 실제 우편번호와 주소를 부여했습니다. 이는 산타의 웃음소리인 “호호호(Ho Ho Ho)”를 표현한 것으로, 캐나다 우체국은 1982년부터 매년 12월 8일까지 이 주소로 아이들의 편지를 받아 답장을 보냅니다.

각국이 ‘산타 원조’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산타 고향’이라는 강력한 지역 브랜드를 차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브랜드가 확고해지면 세계인들에게 이미지를 각인시켜 막대한 관광 수익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동심을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 산타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브랜드 전쟁인 셈입니다.

반짝이는 트리와 넉넉한 산타클로스의 미소 뒤에는 세계 곳곳을 연결하는 거대한 경제의 흐름과 각국의 지역 브랜딩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한다면 크리스마스 풍경 속에서도 새롭고 흥미진진한 지리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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