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헌 논란’ 내란재판부 추진, 당장 멈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5일 23시 30분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조희대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2025년 정기 전국법원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국법원장회의가 5일 대법원에서 열렸다. 법원장들은 회의가 끝난 뒤 “위헌적 12·3 비상계엄이 국민과 국회의 적극적 노력으로 해제됨으로써 헌정질서가 회복된 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법원장회의가 비상계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법원장들은 이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재판 지연 등 많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주도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내란특별법은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 등을 담당할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별도의 영장전담판사도 임명한다는 게 핵심이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가 추천해 구성하는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재판과 영장심사를 담당할 판사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그중에서 임명하게 돼 있다.

사법부가 가장 우려하는 건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법원은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는데, 내란 재판만 특정 재판부에 맡긴다면 이 원칙이 뿌리부터 허물어지기 때문이다. 재판부 선임 과정에 헌재와 법무부 등 외부 기관이 참여하는 게 사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내란재판부를 설치하는 게 민주당이 주장하는 ‘신속한 내란 재판 진행’에 부합할지도 의문이다. 당장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은 위헌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고, 현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헌재 결정 때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민주당은 내란·외환 재판만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더라도 재판을 계속하도록 헌재법을 고치겠다고 하지만,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 더구나 나중에 내란재판부 설치가 위헌 판정을 받는다면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이제 와 내란재판부를 도입하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도 높은 사법개혁을 주장해 온 조국혁신당도 “위헌·위법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할 정도다. 민주당은 내란재판부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다만 상황이 여기에 이른 데는 법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관행을 완전히 뒤집어 가며 윤 전 대통령을 석방했다가 다른 혐의로 다시 구속하는 등의 혼선을 빚으며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8일 사법개혁 방안을 놓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9일에는 법원행정처 공청회가 진행된다. 사법개혁은 법원이 스스로 하는 것이 최선인 만큼 더 적극적인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전국법원장회의는 5일 12·3 계엄의 위헌성을 언급하면서 “비상계엄과 관련된 재판의 중요성,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우려를 엄중히 인식한다”고 했다. 다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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