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중장)이 자신의 공소장 핵심 내용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거나 말을 바꿨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4명이 한 명씩 들쳐업고 나오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에 대해 묻는 국회 소추인단 측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후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진행하라’고 했다는 부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기억에 없다”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형사재판 중이어서 답변이 제한된다”면서도 윤 대통령 측 질문에는 선택적으로 응하며 “계엄 선포에 대해 적법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계엄 선포 3일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던 상황을 설명하며 “앞으로 불법적인 것에 응하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그땐 불법적이던 명령이 이제 와선 적법하단 것인가. 그에 이어 증언대에 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여야 대표 등 체포 명단을 불러주고 위치 확인을 요청했는지 등 주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이들은 내란죄로 재판을 받고 있어 헌재 증언에 조심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입을 닫는다고 여러 관련자들이 진술한 범죄 사실이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계엄 당시 이 전 사령관 차량에 동승해 수행했던 장교는 윤 대통령과의 4차례 통화 내용을 고스란히 들었고, 총 쏴서라도 의원들 끌어내란 지시에 이 전 사령관이 머뭇거리자 대통령이 큰 소리로 “어? 어?” 하면서 다그쳤다고 검찰에 밝혔다. 이 전 사령관 본인도 검찰에서 윤 대통령이 문을 부수라고 했고 ‘총’이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한다.
계엄 직후 국민적 분노가 거셀 땐 야당 의원 유튜브에 나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줄줄이 불더니 이제 와 눈치보며 입을 닫는 이유는 뭔가. 최근 보수 진영의 계엄 옹호 목소리가 커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보신’ 차원의 태세 전환에 나선 것이라면 졸렬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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