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곽도영]오라는 관광객은 안 오고… 중국 기업만 한국 침공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6일 23시 09분


곽도영 산업1부 기자
곽도영 산업1부 기자
2021년 9월 공개된 ‘오징어게임’ 1편이 넷플릭스 역대 최초 1억 가구 시청을 돌파하며 공전의 히트를 쳤을 때 한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전 세계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와 인증샷을 찍고 명동에서 녹색 트레이닝복과 달고나를 사 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K콘텐츠가 뜨면 방한 관광객이 두 배 늘어난다는 회귀분석 결과를 발표했을 정도였다.

안타깝게도 오징어게임 시즌2는 계엄과 탄핵의 폭풍 속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됐다. 단숨에 글로벌 시청 순위 1위를 석권했지만 넷플릭스만 잔칫상이고 내수 시장은 침통한 분위기다. 이날 한덕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제9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선 연간 방한 관광객 최종 예상치를 당초 목표인 1700만 명에 못 미치는 1630만 명으로 낮춰 잡았다. 계엄 사태로 12월 들어 한국을 찾는 발걸음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객 유입 비중 1위인 중국에서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만큼 타격이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연시 시장이 기다렸던 중국인 관광객 소식 대신에 들려오는 건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 소식이다. 이미 ‘로보락’ 브랜드로 주부들 마음을 빼앗고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1위를 꿰찬 샤오미가 15일 한국 지사 설립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글로벌 전기차 출하량 1위인 BYD도 16일 한국에서 승용차 브랜드를 공식 출범했다. 대학로에는 팬데믹 여파로 2021년 철수했던 중국판 다이소 ‘미니소’가 매장을 다시 열었다.

20여 년 전 13억 인구 시장을 보고 중국에 진출했던 삼성, SK, 현대차, LG를 생각하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미중 갈등이 상시 리스크가 된 이래 우리 기업들의 중국 법인, 중국 공장은 속속 철수 중인데 중국 기업들이 한국에 역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중국의 해외 진출 ‘3차 물결’을 보고 있다. 1차 물결(2001∼2008년)은 하이얼, 화웨이 등 대표 기업을 앞세운 전략적 수출이었다. 2차 물결(2008∼2018년)은 지리-볼보, 하이얼-GE 등 선진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 시도다. 그리고 2018년 이후 현재까지 3차 물결에서 중국은 알리와 테무 같은 소프트 플랫폼으로 자국산 브랜드 영토를 넓히며 한국 시장에까지 스며들고 있다.

문제는 지난한 저성장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떠오른 ‘가성비’ 트렌드, 즉 ‘중국산이든 뭐든 쓸 만하기만 하면 된다’는 새로운 흑묘백묘론이 이러한 중국몽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찜찜한 건 이제 중국산 제품이 기술력에서도 스마트폰이나 TV 등 산업 전반에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온 사례가 곳곳에서 돌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 반, 강제 반으로 우리의 새로운 수출 시장이 되어 버린 미국 역시 자국 중심주의 기조로 개척이 녹록지 않은데, 바로 옆 중국이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한 새로운 모습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 물어보면 “중저가 시장 경쟁에 그칠 것” “중국산 거부감이 아직은 크다”는 답변이 돌아오지만, 과연 이 안일함이 우리의 안방, 최후방어선을 조금씩 갉아먹기 시작한 건 아닌지 긴장해야 한다.

#관광객#중국#기업#한국#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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