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재 출석 의사 확고하다”더니 이제 와 안 나오겠다는 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2일 23시 27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사건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윤 대통령이 적정한 탄핵심판 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고 예고해 왔다. 그런데 막상 첫 변론기일을 이틀 앞두고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선 윤 대통령의 신변 안전과 불상사가 우려된다며 헌재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의 헌재 불출석은 그간 수사기관의 조사에 불응하면서 한남동 관저에 스스로 갇힌 내란 혐의 피의자로서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윤 대통령 측은 새삼 ‘신변 안전 우려’를 이유로 들었는데, 그것은 차벽과 철조망으로 요새화한 관저를 벗어나는 순간 체포될 수 있기 때문에 나갈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의 집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헌재법상 정식 변론에는 당사자가 출석해야 한다.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다음 기일을 정하되 두 번째 기일에도 불출석하면 당사자 없이 재판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14일 출석하지 않으면 첫 변론기일은 종료되고 다음 기일인 16일에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으로선 다소라도 시간을 끌면서 체포영장의 부당성을 내세운 여론전을 펴겠다는 것이다.

그간 윤 대통령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말을 바꾸며 수사를 회피해 왔다. 지난해 말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윤 대통령 측은 “(수사보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후엔 “헌법재판 진행과 관련해 출석한다는 의사는 확고하다”면서도 국회의 내란죄 철회 관련 쟁점이 정리돼야 한다는 등 조건을 달더니 이젠 체포될까 봐 못 나간다는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의 진퇴양난 처지는 위헌·위법적 계엄을 선포하고도 수사기관의 소환에도 불응한 데 따른 자업자득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까지 문제 삼으며 신변 안전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앞뒤 안 맞는 궤변일 뿐이다. 이제라도 먼저 수사에 당당히 임해야지, 그것도 없이 헌재에만 나가겠다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탄핵심판#변론기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