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이르면 이달 말 국정브리핑 형식을 통해 세대 간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한참 뒤에 연금을 받는 젊은 세대는 덜 내고, 곧 연금을 받는 장년 세대는 많이 내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금 고갈 위험에 대비해 자동으로 납부액과 수급액을 조정하는 ‘자동 재정 안정화 장치’도 추진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기금 고갈 시점을 2055년에서 30년 이상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22대 국회 들어 연금개혁 논의가 멈춘 상황에서 정부가 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세대에 따라 보험료율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방식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보험료율을 현재의 9%에서 13%로 인상한다면 청년층은 8년에 걸쳐, 장년층은 4년에 걸쳐 인상해 최종 보험료율에 도달하는 시기를 다르게 하는 식이다. 가파른 인상률을 적용받는 중장년층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세대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도 불명확해 세대 간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0, 50대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의 보험료율을 20, 30대 고소득 정규직보다 더 빨리 올리는 게 맞는지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능력에 따라 부담한다는 사회보험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근본적인 비판도 있다. 정부는 차등 인상의 원칙만 밝히고 세부적인 수치는 국회 논의를 통해 확정한다는 방침이라는데, 지난해 10월 민감한 수치를 뺀 24개 시나리오의 ‘맹탕 개혁안’을 국회에 떠넘긴 것을 연상시킨다.
앞서 21대 국회는 진통 끝에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로 합의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함께 해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반대로 논의가 미뤄졌다. 소득대체율 1%포인트 차이를 놓고도 갈등을 겪었는데, 이것저것 다른 사안까지 끼워 넣으면 사회적 합의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정부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안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국회가 초당적 논의와 여론 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결정하는 게 제대로 된 수순이다. 일단 21대 국회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더 내는’ 안에 합의하고, 세대 간 형평성 확보 등 민감한 문제는 차후 논의를 이어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연금 문제에선 근본적 개혁만큼이나 신속한 개혁도 중요하다. 연금개혁이 늦춰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매일 기금 손실이 1000억 원씩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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