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네이버 ‘라인’ 지분 팔라”… ‘해킹 핑계’로 경영권 뺏으려 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5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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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일 기업이 절반씩 소유한 메신저 앱 ‘라인’의 한국 측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한국 쪽 네이버의 서버가 해킹당해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심은 자국민 대다수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메신저의 절반을 한국 기업이 갖고 있다는 게 못마땅해 경영권을 뺏으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인 9600만 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 라인은 한국 네이버의 일본지사인 NHN재팬이 2011년 개발했다. 이후 2021년에 네이버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측 야후재팬이 절반씩 출자한 지주회사 A홀딩스가 출범했고, 이 회사가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하며 라인을 공동으로 경영해 왔다.

문제는 지난달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 조치를 하면서 벌어졌다. 작년 11월 해킹으로 발생한 51만여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문제 삼았다. 유출 책임이 한국 측 네이버 클라우드(가상서버)에 있으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경영 체제를 바꾸라는 것이다. 이후 라인야후 측이 네이버에 대한 시스템 위탁 규모 축소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놨는데도 일본 정부는 다시 소프트뱅크에 ‘자본 관여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보유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일본 측이 경영권을 갖는 ‘일본 기업’으로 만들라는 주문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이 해킹을 당했다는 이유로 한 나라의 정부가 민간 기업에 지분 변경을 요구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작년 사고로 인한 직접적 피해 규모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관치가 강한 일본에선 기업의 의사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한국 기업이 투자하고, 장기간 공들여 키워낸 일본 내 플랫폼을 자국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적대국도 아닌 우방국 기업끼리 맺은 공정한 협력 관계를 끊고 지분을 팔도록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불합리한 처사다.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 기업에 대해 자국 기업과 같은 ‘최혜국 대우’를 하도록 규정한 한일 투자협정에도 위배된다. 일본 정부는 부당한 압박을 당장 멈춰야 한다.
#日#네이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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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4-04-26 02:58:21

    부당하다. 경영권을 꼭 사수하기 바란다. 파이가 커졌다고 애초의 계약을 일본정부가 불법적으로 파기하려 드는 것은 스스로 법치국가임을 포기하고 국제 질서를 훼손하는 일임을 윤대통령과 정부가 엄중히 따져줘야 할 것이고 아울러 기어코 경영권을 탈취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경고해야 한다.

  • 2024-04-26 07:38:22

    입장바꿔 생각해봐야 한다.카카오가 일본기업의 지배하에있다.한국의 국민정서가 용인할까?일본국민의 개인정보관리 데이터 센터가 한국에서 한국기업의 관리하에 있다.네이버는 주식을 팔고 철수해야한다.다른 상품으로 진출하면된다.우리는 안되는 데 남에게는 문제없다는 인식은 문제다.반일민족주의가 극심한 한국에 민감한 국가정보통신사업을 맡겨놓는건 일본으로선 불안할 수 밖에 없다.역지사지의 이해가 필요하다.

  • 2024-04-26 12:34:21

    근데 누구 편도 들기 어려운게 일본 입장에선 일본인들의 개인정보가 날아간거잖아? 어느 나라든 본인의 정보가 유출되는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게 맞음 우리도 개인정보 유출에 관해 떨때도 있잖아?? 꼭 이게 일본이 우리가 공들여놓은걸 빼앗아 가려는건 또 아님 차라리 지분 팔고 철수해서 너희들이 알아서 해봐라 하면 됨 라인이 활발한것도 우리가 잘 관리해서 그런건데 지분이 일본 소프트뱅크로 넘어가고 체제가 바뀌어서 일본애들이 쓰는데 불편함이 있다면 라인 사용자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음 우리는 이거를 그냥 선례로 남기고 똑같이 적용하면 그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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