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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허욕에 대한 질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0〉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4-02-08 23:18업데이트 2024-02-0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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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일대 강산이 전쟁에 휘말렸으니, 백성들이 무슨 수로 즐거이 나무하고 풀을 베리오.
권하건대 그대여 봉작(封爵)에 대해선 말을 마시오. 장수 하나가 공을 세우면 만 명이 마른 해골로 변한다오.
(澤國江山入戰圖, 生民何計樂樵蘇. 憑君莫話封侯事, 一將功成萬骨枯.)

―‘기해년(기해세·己亥歲)’ 조송(曹松·828∼903)

지위에 연연하는 지배 계층의 허욕(虛慾)을 질타한 반전의 노래. 안사의 난을 계기로 당 제국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고 농민 봉기로 인한 전란이 끊이지 않았다. 시인의 생애로 보아 시제에서 말하는 기해년은 당 말엽인 879년, 중원에서 봉기한 황소(黃巢)의 난이 한창 기세를 떨치던 시기였다. 주로 황허 이북 지역에서 전쟁이 잦았던 데 비해 7년 이상을 끈 황소의 난은 위로는 장안, 아래로는 광둥 지역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방대했다. ‘강남 일대 강산이 전쟁에 휘말렸다’고 말한 건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다는 방증이다. 나무하고 풀을 베는 건 백성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선택한 가장 원시적인 활동. 애당초 즐거울 리 없는 고달픈 노동이지만 시인이 굳이 ‘즐거이’라 말한 건 전쟁의 위험에 대비해 볼 때 그렇다는 것이겠다. 하지만 전쟁에 동원되면서는 이마저도 맘 편하게 할 수 없게 되었으니 그 고초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와중에도 지배 계층에서는 전과(戰果)를 논하고 작위와 상급(賞給)을 따지고 있다. ‘장수 하나가 공을 세우면 만 명이 마른 해골로 변한다’는 준엄한 질타 속에 저들의 탐욕을 향한 시인의 분노가 응축되어 있다.

조송은 남루한 차림으로 당나귀를 타고 다니며 스러져 가는 제국의 명운을 시로 읊은 것으로 유명하다. 줄곧 과거에 실패했으나 독서로 쌓은 내공을 밑천으로 일흔하나 뒤늦은 나이에 마침내 진사 급제했다는 전설적 인물이다.

이준식의 한시 한 수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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