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를 깨우지 마라[내가 만난 名문장/신동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7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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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기 전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이렇게 경고했다. ‘잠에 빠져 있는 중국을 깨우지 마라. 중국이 깨어나는 순간 온 세상이 뒤흔들릴 테니.’ 이제 중국은 잠에서 깨어났고 세상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레이엄 앨리슨 ‘예정된 전쟁’ 머리말 첫 문단


신동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
신동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2017년 ‘예정된 전쟁’을 통해 중국의 부상이 미국과 세계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제시했다. 분야는 달라도 전문가들은 세계 대변혁을 일으킬 요인을 다음과 같이 꼽는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기후변화, 자의식 있는 인공지능의 출현,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다. 박쥐에게서 천산갑 등을 거쳐 사람에게까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처럼, 야생동물 기인 인수공통감염병이 언제 또다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전 세계적 확산을 초기에 막기 위해서는 사람과 가축 질병의 시작점인 야생동물 질병을 체계적,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사람이나 가축으로 종간장벽을 넘지 않도록 관리,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체계 및 조기경보 체계 구축, 가축의 밀식 사육, 자연 서식지의 파괴, 기후 문제, 병원체의 특성 변화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병원체와의 승부에서 우리 인류가 이길 수 없다. 야생동물 질병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은 1인으로서 이 건곤일척 승부를 반영해 그레이엄 앨리슨의 ‘예정된 전쟁’ 머리말 첫 문장을 아래와 같이 바꾸고 싶다.

“잠에 빠져 있는 병원체(바이러스 등)를 깨우지 마라. 병원체가 깨어나는 순간 온 세상이 뒤흔들릴 테니.” 무분별한 자연 서식지의 파괴 등을 통해 더 이상 자연환경 깊숙이 존재하는 병원체를 깨우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신동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



#바이러스#그레이엄 앨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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