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칼럼]국민은 역사심판의 책임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9일 2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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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미래 위해, 과거는 심판돼야 하는 것
文 정부 얼마나 진실 추구했고 정직했나 의문
정의는 법치의 기본, 부정과 불의는 심판해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우리 삶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사회라는 공간적 측면, 시간과 더불어 역사적 측면이다. 둘이 합쳐서 하나의 공동체를 차지하는 것이 인생이다. 사회 문제와 역사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사회 속에 역사가 있고 역사가 머무는 무대가 사회다. 역사가 중요하다는 견해는 사회적 삶의 과제와 내용이 역사적 평가와 심판을 받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였는가’라고 물으면 어떤 역사적 가치를 동반했는가를 찾게 된다. 우리는 항상 ‘더 좋은 미래를 위하여, 과거를 심판한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그렇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은 더 소망스러운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하여, 문재인 정권을 평가 심판해야 한다. 윤 정권이 끝나면 다음 정권과 국민이 같은 책임을 계승하게 된다. 무엇을 심판하는가. 진실이 거짓을 심판하고, 정의가 불의를 심판한다. 현재의 삶의 가치가 과거의 악을 심판해야 미래의 선을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은 여야의 문제와 가치관을 넘어서 무엇이 국가의 장래를 위한 우리의 책임인가를 묻고 그 해답을 얻어 실천해야 한다.

자연히 우리는 역사의 주인공들에게 기대와 요청을 갖게 되며, 국민은 평가와 심판을 담당할 양식을 갖춰야 한다. 지도자와 국민이 그 책임과 의무를 포기한다면 그 나라는 영구히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회와 역사가 요구하는 지도자에 대한 요청은 간단하다.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 때의 조국 장관과 민주당 대표에 대한 평가와 심판 기준은 단순하다. 당신들이 갖는 생각과 하는 일을 국민이 모두 따라 해도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는가. 문 전 대통령이 한 일을 윤 대통령이 그대로 해도 국방과 사회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를 묻는다. 어느 시대나 국민은 그렇게 물어야 하고 지도자는 그 요청에 응해야 한다.

이때 국민이 원하는 것은 특정된 개인들의 사회적인 이해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 전체와 다수, 특히 고통과 불행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에 관한 관심과 배려이면서 인간적 도리에 대한 함수이다. 더 많은 국민의 행복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지금 많은 국민은 문 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얼마나 진실을 추구했고, 정직했는가’ 묻고 있다. 지성을 갖춘 국민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애국심과 양심에 회의를 느껴왔다. 그 정직하지 못함과 이중성이 국민 분열을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시켰다. 국제 무대에서 일관성 있는 대한민국의 주장과 위상을 지켜왔는지도 묻는다. 친북 정책이 북한 동포와의 장래를 위한 것인지, 김정은 정권을 위한 자세였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국민이 대통령을 믿지 못하면 세계가 대한민국을 믿지 않는다.

정의(正義)는 법치국가의 기본과 생명이다. 정의가 부정과 불의를 심판한다. 그런데 ‘내로남불’이라는 개념이 사회 관념이 되었다. 정치를 위한 정의 가치가 정권에 따르는 관권과 이권으로 퇴락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가. 고위층 공직자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사생활은 어떠했는지, 국민도 그렇게 살아도 되는지 자성하게 된다. 정의는 정치의 강(江) 이편과 저편에서 달라지지 않는다. 이념정치는 언제나 정의를 내 편과 네 편으로 구별하는 사회악을 범해왔다.

문 정부에 국한된 과제는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위험한 정신적 질환은 공동체 생활의 선악 관념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민생 문제는 선결 과제다. 그러나 마약이나 음주운전, 폭력과 물리적 악의 만연 등은 민생 문제가 아닌가. 윤 정부에 와서 뒤늦게 마약 문제의 위험성을 발견하게 되었다면 문 정부 동안에 무책임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런 문제는 허다하다. 윤 정부 이후까지 계속되는 과제들이다.

너무 많은 것을 요청하지는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인권과 민주정치의 역사적 방향과 목적 상실이다. 아직도 우리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일들이 허다하다. 서해안에서 공무원이 북한에 의해 피살 소각되었다. 그 공무원을 자진 월북으로 조작하려 했다면 그런 반(反)인도적인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엄연한 사실에 허위의 가면을 씌운 사회악이다. 대한민국으로 탈북해 온 두 북한 동포를 그렇게 죄인으로 만들어 북한으로 바쳤다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인간애와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국가로 존경받을 수 있는가. 북한 정권을 위해 북한 동포를 인질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북한 동포들이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남북통일을 우리 정부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이런 과거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비판, 심판하는 것이 현 정부와 국민의 의무이며 역사적 사명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역사심판#사회문제#역사문제#윤석열 정부#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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