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1800개 끌어올 때 韓은 고작 26개… 초라한 ‘기업 유턴’ 실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2일 0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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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이 해외 진출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를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의 실적은 초라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선진국에 비해 복귀 기업 수가 적고, 돌아온 기업의 재정착도 순조롭지 않다고 한다. 돌아오라고 독려할 뿐 실질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리쇼어링은 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의 반대말이다. ‘기업 유턴’으로도 불린다. 한국에선 2013년 지원 제도가 처음 생겼는데 이후 올해 8월까지 복귀 의사를 밝힌 기업은 160곳이었다. 폐업한 곳 등을 제외하면 돌아와 실제로 공장을 돌리는 곳은 이 중 39%인 54곳뿐이다.

같은 기간 한국 기업이 세운 해외 법인은 2만9000여 곳이다. 올해 1분기에만 600개 이상의 기업이 빠져나갔다. 재작년 26곳, 작년 24곳이었던 기업 유턴이 실개천 수준이라면 해외 진출은 썰물인 셈이다. 이에 비해 재작년 미국으로 복귀한 기업 수는 1844개였고, 일본에도 매년 600∼700개 기업이 유턴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리쇼어링에 공을 들이는 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법 등을 만들어 각종 혜택을 쏟아붓는 미국은 리쇼어링 효과로 작년에만 고용이 37만 명 늘었다. 애플, 인텔 등 첨단 기업 복귀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대기업 유턴으로 청년고용이 활력을 띠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유턴기업 1호부터 망해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전 사장이 최저임금 근로자로 전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리쇼어링 보조금 수준도 수도권 150억 원, 비수도권 300억 원으로 제한돼 대기업의 복귀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낮은 노동생산성, 강성 노조 등은 기업의 국내 복귀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정부의 파격적 지원과 규제 완화가 없다면 리쇼어링 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획기적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 유턴 실적#리쇼어링#일자리 창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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