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번영의 길, 세금으로 열리진 않는다” 獨·英의 감세 드라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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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가 한 해 70억 유로(약 10조6000억 원) 규모 ‘감세 패키지’를 내놨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립정부 참여 정당들이 법인세 감면에 합의한 것이다. 앞서 영국 제1 야당인 노동당은 “소득세,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리지 않겠다”며 성장 우선 정책 기조를 밝혔다. 침체의 늪에 빠진 선진국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감세 또는 증세 반대로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

독일 연립정부가 합의한 ‘성장기회법’은 중소기업 중심으로 연간 70억 유로씩 4년간 법인세를 깎아주는 게 핵심이다. 올해 독일 경제는 선진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된다. 최대 교역국 중국의 침체로 인한 타격도 크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좌파 성향 사회민주당(SPD)이 이끄는 연립정부가 세금을 깎아주기로 한 것이다. 지방세를 포함한 독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9.9%로 유럽에서도 높은 편이다.

영국 노동당은 진보 진영에서 제기되는 고소득층 대상 부유세 신설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고소득자에게 적용하는 45%의 소득세 최고세율도 더 높이지 않기로 약속했다. 내년 총선에서 세금 인상을 주장해 온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0%대 초반으로 성장률이 떨어진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를 털어내기 위해서다. 노동당 재무통인 레이철 리브스 의원은 “번영의 길이 세금으로 열리진 않는다”고 했다. 또 집권 보수당 리시 수낵 총리는 투자,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상속세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다.

기업, 개인의 세금을 덜어주는 선진국들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국에선 감세 논의가 잠잠해졌다. 정부 여당은 막대한 세수 부족 때문에 내년 예산안, 세제 개편안에 법인세, 상속세 개편 등 공격적 감세 방안을 포함시키지 못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수 부족의 원인이 현 정부의 ‘초부자 감세’ 탓이라며 세금을 더 걷어 정부 곳간을 채우자고 한다.

지방세를 포함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3.1%보다 높다. 요즘 중국을 탈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새 거점을 찾을 때 제일 크게 고려하는 게 법인세율이다.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한 한국의 상속세율은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정이 어려워도 선진국들이 감세를 선택하는 건 투자 확대, 소비심리 회복의 첩경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한국만 경쟁에서 뒤처져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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