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올해 세금 40조 덜 걷히는데 35조 추경하자는 이재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8일 0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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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나랏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제도 35조 원 추경을 거듭 제안했다. 고금리·고물가·주거불안 해결 등 민생경제 회복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최근에는 수해로 인한 피해 복구를 추가했다. 여당은 ‘추경 불가’가 공식 입장이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 돈 풀기 유혹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몇 년 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추경 편성의 허들이 지나치게 낮아졌다. 원래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의 사유를 전쟁 및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 및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변화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 예산 639조 원의 5%가 넘는 대규모 추경을 하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성장률이 1.4%로 저조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 침체, 반도체 불황 등 대외 요인이 크기 때문에 재정을 푼다고 상황이 개선되길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 제조업 일자리가 부진하긴 해도 6월 실업률은 2.7%로 역대 최저다. 빚을 내 돈을 풀어 성장률과 취업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은 아닌 셈이다.

최근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가 커졌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예비비 등은 최대 7조6000억 원으로 여유가 있다. 작년 8월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 규모가 3155억 원, 같은 달 태풍 힌남노 피해가 2440억 원이었다. 더 큰 재난이 닥치지 않는다면 재원이 부족하다고 할 순 없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끝나지 않았다. 최근 국제유가는 반등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곡물 터미널 폭격으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이런 때 추경으로 돈을 풀 경우 간신히 2%대로 떨어뜨린 물가가 다시 올라 기준금리를 더 높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자 부담으로 인한 서민·자영업자의 고통은 추경의 취지와 달리 가중될 것이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올해 안에 1100조 원을 넘어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빨리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당초 예상 대비 세수 결손이 올해만 4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나랏빚을 늘려 선심 쓰듯 돈을 푸는 건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권의 추경 경쟁은 자제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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