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기업이 언더도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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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에이미 라이트와 벤 라이트 부부는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막내 비티와 셋째 보가 각각 여섯 살과 열한 살이던 2015년, ‘비티앤드보커피(Bitty&Beau’s Coffee)’를 창업했다. 당시 부부는 미국에서 장애인의 80%가 실직 상태라는 사실을 접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 중이었다. 에이미는 샤워를 하다가 동네에 커피숍을 열어 직원 대부분을 장애가 있는 사람들로 뽑는 방안을 떠올렸다. 3개월 만에 부부는 지적장애나 발달장애가 있는 직원 19명을 채용해 커피숍을 열었다.

이 특별한 커피숍에 지역사회는 매료됐다. 찾는 이들이 너무 많아져 6개월이 채 안 돼 원래 매장보다 10배나 큰 곳으로 옮겼다. 7년이 지난 현재 비티앤드보커피는 미국 내 11개 주와 워싱턴DC의 17개 매장에서 장애인 400여 명이 근무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부는 창업 스토리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6월호에 소개하면서 “다른 직원들은 장애를 가진 동료의 끈기와 투지, 용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다”며 “기업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 일을 통해 의미를 찾고, 가치를 만들고, 속해 있는 공동체와 관계를 맺도록 도울 수 있는 독보적 위치에 서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기업에서 ‘언더도그(underdog·성공 가능성이 낮은 약자)’들은 화려한 인맥, 학력 등을 가진 ‘톱도그(topdog·경쟁에서 승리한 자)’처럼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이는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미르 누르모하메드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조직에서 못 미덥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그 평가가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경우 더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언더도그의 저력을 간파한 일부 기업은 기업 채용이나 투자에 언더도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회사 울트라노츠 직원의 75%는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이들이다. 울트라노츠의 라제시 아난단 최고경영자(CEO)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계속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며 패턴 인식, 기억력, 수학적 능력 등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이들의 강점에 집중했다. 울트라노츠는 포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서비스 수주 실적에서 글로벌 컨설팅 기업을 능가했다.

2013년 설립된 벤처캐피털 회사인 백스테이지캐피털은 유색인종 등 사회적 소수자가 만든 회사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아이비리그를 나온 백인 남성이 창업한 회사에 비해 관심을 덜 받고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언더도그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에 더 호감을 느낀다. 세상 사람들은 이미 많은 것을 갖추고 시작한 톱도그의 약간은 뻔한 성공 이야기보다는 힘들게 출발해 역경을 이겨내면서 하나씩 성취해가는 언더도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끌린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언더도그에 관심을 갖고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언더도그#새로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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