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넘어진 바이든… 재선 변수 된 잦은 낙상[횡설수설/이진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6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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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낙상을 조심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65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이 넘어져 300만 명이 응급실을 찾는다. 미국 최고령 대통령인 조 바이든(80)도 자주 넘어지는 편이다. 취임 첫해인 2021년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단을 오르다 발을 헛디뎠고, 이듬해엔 자전거 페달 클립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얼마 전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프롬프터를 지지하던 바닥의 모래주머니에 걸려 꽈당 했다.

▷대통령의 낙상이 드물진 않다. 대학 미식축구 선수였던 제럴드 포드는 에어포스원 계단을 내려오다 고꾸라져 슬랩스틱 코미디 단골 소재가 됐다. 조지 W 부시는 전동 킥보드를 타다 넘어졌고, 골프광인 빌 클린턴은 프로골퍼 그레그 노먼에게 레슨을 받고 나오다 발을 헛디뎌 무릎힘줄이 끊어졌다. 도널드 트럼프는 2020년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 후 “하이힐을 처음 신은 소녀처럼” 연단을 엉금엉금 내려와 건강 이상설에 시달렸다.

▷그래도 재선 도전을 선언한 최고령 대통령의 잦은 낙상은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손주가 몇 명인지 헷갈리고, 말더듬이 증세가 재발되기도 하며, 연설할 땐 “시선이 멍하다. 사고의 맥락을 잃어버린 듯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것이다. 오후 6시 이후 공식 일정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절반 수준이고, 언론 인터뷰는 오바마의 5분의 1, 트럼프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한다.

▷참모들은 바이든이 젊었을 때도 ‘실언 제조기’라 불릴 정도로 원래 말실수가 잦았고, 해외 순방은 오바마보다 더 많이 다니고 있다고 반박한다. 트럼프가 운동도 않고 치즈버거 위주의 식사를 한 반면 바이든은 주 5회 운동하고 건강식을 챙겨 먹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래도 “대통령직을 수행할 만큼 건강하다”는 여론은 33%로 트럼프의 절반밖에 안 된다. 당내에선 러닝메이트라도 건장해야 한다는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은 여성이자 흑인이라는 이중 소수자인 데다 ‘남한’을 ‘북한’이라 하는 등 잦은 말실수로 지지율이 낮은 상태다.

▷미 대통령은 재임 기간 일반인보다 두 배 빨리 늙는다는 연구가 있다.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1722∼2015년 미국을 포함한 서방 17개국 대통령과 총리 279명의 수명을 계산한 결과 낙선자보다 2년 8개월 이상 짧았다. 반면 자연사한 미 대통령으로 한정하면 평균 수명이 일반인보다 길다는 반박도 있다. 자주 넘어졌던 포드는 93세, 일본 방문 도중 총리 바지에 토하며 졸도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94세를 누렸다. 넘어졌다가도 곧장 일어서는 바이든이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자신의 기록을 경신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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