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의 소통은 MZ세대도 어려워[2030세상/배윤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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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처음 도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어디를 가나 눈에 띄는 존재였다. 고작 3년 6개월 전이지만 그만큼 현장에 젊은 사람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여성 작업자가 드물어서 그랬는지 같은 도배사나 다른 공정의 작업자들, 심지어 현장 경비 아저씨까지도 놀란 얼굴로 내게 말을 걸거나 현장에 온 이유를 묻곤 했다. 내가 처음 속한 팀에서도 20대였던 내 바로 위의 도배사 선배는 40대였다. 물론 20, 30대 도배사가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어림잡아 한 현장에서 일하는 도배사의 10%가 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현장은 지금 젊어지고 있다. 모든 공정에 젊은 작업자들이 확연하게 늘고 있다. 현재 일하고 있는 현장만 하더라도 전체 도배사 30명 가운데 20, 30대 도배사가 13명으로 절반 가까이가 청년이다. 초기에는 선배 도배사들과 경력도 나이도 차이가 많다 보니 대화에 끼거나 친밀하게 지내기가 쉽지 않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러나 점점 비슷한 나이 또래의 도배사가 많아지면서 조금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혼자만의 내적 친밀감을 느끼기도 했다.

현장에서 같이 일하게 된 또래 도배사들에게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말을 붙여 보았지만 놀랍게도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정말 나 혼자였던 것 같다. 그들은 비슷한 나이 또래라는 이유만으로 내게 친밀감을 느끼거나 친해지고 싶어하지는 않아 보였다. 작업에 대해 물어도 형식적인 단답형 대답만 돌아왔고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으며 대부분 금방 끝났다. 다음 날 아침 다시 현장에서 만나도 처음 보는 듯 어색한 얼굴을 하고는 했다. 심지어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며 내가 기술을 알려주었던 후배 도배사들 역시, 서로 다른 팀이 되고 나니 언제부턴가 의례적인 인사만 하는 어색한 사이로 변해 있었다.

물론 현장에서는 각자의 기술로 자기 맡은 일만 잘해 내면 되지만, 먼저 작업을 해본 사람이 자신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알려주고 서로 진행 상황을 공유하다 보면 자극과 격려가 된다. 윗세대 선배 도배사들이 현장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 해도 금세 가까워지면서 거리낌 없이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이 좋아 보여 때로는 부럽기도 하다. 그에 비해 청년들은 다른 동료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고 그저 각자의 길을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렇다. 우리는 단순히 비슷한 나이라는 이유로 MZ세대라 불리고 하나의 동일집단으로 인식되지만 모두 다른 사람이다. 나처럼 비슷한 나이 또래의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 만남을 주도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친밀한 관계를 맺기보다는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세대임에도 누군가는 집단의 화합을 강조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집단보다 개인을 우선하기도 한다.

MZ세대로 지칭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라면 모두 비슷하게 소통하고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내 안의 모순을 발견했다. 직업에 대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자세는 모두가 다르고 그것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 당연한 사실이지만 자주 잊어버리게 된다. 나부터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mz세대#친밀감#열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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