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간호법 상정’ 극한대립, 의사도 간호사도 한 발 물러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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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서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해 간호사의 면허·자격·업무 범위·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이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자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서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해 간호사의 면허·자격·업무 범위·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이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자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간호법 제정안의 27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의료계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간호협회는 정부의 중재안을 거부한 채 “간호법 제정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고,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를 포함한 13개 보건의료단체는 간호법이 통과되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의료인의 자격과 의무를 규정한 의료법에서 간호사라는 직역만 떼어내 업무 범위와 처우 개선 등을 규정하는 법안이다. 고령화로 병원 외에도 장기요양기관이나 노인복지관 등 다양한 지역사회에서 간호 서비스가 필요하니 별도 법으로 체계적인 간호 정책을 세우고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개선하자는 취지다. 반면 다른 보건의료단체는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만을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여러 직역 간 체계적 협업에 혼란을 주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사나 응급구조사 등 다른 직역의 업무 영역을 침범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중요한 반대 이유다.

의료법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같은 전문 직역에 관한 법은 ‘사회 보호’가 목적으로 자격과 의무, 수준 이하의 행위에 관한 징계 처분 등을 담는 것이 통례다. 그런데 간호법 제정안은 사회 보호와 간호사의 처우 개선 조항이 혼재돼 있어 이러한 통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있다. 간호법 제정에 의사들이 의료 대란을 불러올 파업 운운하는 것도 환자 보호라는 본분을 잊은 직역 이기주의적 행태로 비칠 우려가 크다. 간호협회 주장대로 노인 인구 급증으로 병원 밖에서 새로운 의료 수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간호사와 의사 모두 한발 물러서서 의료 수요 변화에 따른 사회 보호와 안전을 위해 최적의 법 제도는 무엇인지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내 간호사 자격증 보유자는 45만 명이 넘는데 실제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이 중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간호사들의 이직률은 다른 산업군의 3배나 된다. 간호법 제정 여부와는 별도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간호법 제정안#극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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