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파격적 성과주의’ 투명한 평가에 성공 달렸다 [동아시론/김판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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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시대, 공무원 전략적 노력과 경쟁 필요
장관 ‘변혁적 리더십’으로 신상필벌 강화해야
공정한 평가로 결과 수용성 높여야 혁신 가능

김판석 유엔 국제공무위원회 위원·연세대 명예교수
김판석 유엔 국제공무위원회 위원·연세대 명예교수
한동안 ‘뷰카(VUCA) 시대’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됐다. 사회·경제적 환경이 변동적이고(Volatile), 불확실하고(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상태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와 코로나19 등의 환경 변화를 겪은 이후 뷰카는 ‘바니(BANI)’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바니는 미국 미래학자인 자마이스 카시오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부서지기 쉬우며(Brittle), 불안하고(Anxious), 비선형이며(Non-linear), 이해하기 어려운(Incomprehensible) 혼돈 상황을 의미한다.

시대상을 압축한 이 화두들은 여느 때보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요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보다 전략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최근 산업·경제 부문에서는 각국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렇게 날로 격화되는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 유지하려면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니 파고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

기업뿐 아니라 공공 분야도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수준을 지향하던 정책 좌표에서 벗어나 OECD의 선두주자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목표는 공무원들이 높은 성과를 보여줄 때 도달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지난해 말 ‘공무원 성과 평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임용권자가 승진 후보자 명단을 작성할 경우 이전에는 경력 점수를 최대 20%까지 반영할 수 있었다. 개정 이후엔 경력 평정의 반영 비율을 10%까지로 줄이는 대신 근무성적 평가 점수의 반영 비율이 90%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기관에 따라서는 최대 95%까지 반영할 수 있다. 그 결과 승진과 성과급 등에서 근무성적 평가 점수가 경력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성과주의가 공고해진 것이다.

성과급 지급 기준도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무원 근무성적 평정 체계는 고위 공무원과 4급 이상 공무원은 성과계약 등 평가에 따라 개인실적, 부서실적, 직무수행능력 등을 평가한다. 5급 이하 공무원은 근무성적 평가에 따라 근무실적과 직무수행능력 등을 평가하며 그 결과에 따라 5급 이상의 공무원에게는 성과급을, 6급 이하의 공무원에게는 성과상여금을 지급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각 부처 장관은 필요한 경우에 정부 업무평가, 부서 업무평가, 다면평가 등 다양한 평가 기준을 반영해 성과급을 결정할 수 있다. 각 부처가 부처 특성 등을 고려하여 조직 실정에 부합하는 다양한 평가 기준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각 부처 장관은 변혁적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들이 높은 성과를 내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성과급과 성과상여금의 지급액을 보다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또한 업무 실적이 탁월한 공무원에게는 1호봉 특별승급을 주거나 연속으로 최상위 성과등급을 받은 공무원에게는 성과 가산금을 추가로 부여하는 등 명예롭게 대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그런데 혁신은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도 변화에 대한 공무원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행정 현장에서 평정 기준과 절차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지 않도록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고성과자들을 미리 정해 두고 점수를 맞춰가는 역산제 관행을 없애야 한다. 또 부서 내 동료평가 혹은 다면평가 등을 함께 활용하는 등 평정 방법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가자의 온정주의와 평가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평가자에게 평가역량 향상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관대화 경향 지수를 측정해 우수 등급 이상으로 쏠리는 현상을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아울러 성과 달성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배경을 확인하고 해소해주는 노력과 더불어 공무원들의 역량 개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상벌을 엄중히 하는 신상필벌의 조직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또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치려다가 발생한 문제는 면책하고 소극행정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는 책임을 무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정규분포곡선에서 제일 오른쪽이 최상위 등급이지만 이들은 소수이고 중간의 다수는 보통의 일반 공무원이므로 이들이 특히 중요하다. 무엇보다 일반 공무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소속감과 긍지를 갖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김판석 유엔 국제공무위원회 위원·연세대 명예교수


#파격적 성과주의#투명한 평가#변혁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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