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 “미국은 규칙 파괴자”… 그런 말할 자격이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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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은 12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회담에서 미국의 반도체·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관련해 “미국은 국제 규칙의 건설자가 아닌 파괴자임을 재차 입증했다”며 “그런 일방적 괴롭힘에 함께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자 외교회담에서 제3국을 실명으로 비판하고 그 내용을 버젓이 발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이 한중 회담에서 우리 동맹인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은 외교적으로 매우 무례한 행태다. 양자 회담에서 제3국을 겨냥한 논의가 오갈 수 있지만 적어도 대외 공개는 자제하거나 에둘러서 표현하는 것이 통례인데, 중국은 그런 외교적 상식조차 무시하고 있다. 더욱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같은 경제적 강압행위로 자유무역 질서를 교란시켜 온 중국이다. 그런 중국이 ‘규칙 파괴자’ 운운하며 남을 탓하는 것부터가 아이러니다.

왕 부장의 발언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입법을 비난하고 한국에도 은근히 압력을 행사하면서 한국과 미국 사이를 갈라치기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은 모두 반도체나 전기차 산업의 미국 유치를 장려하면서 중국에의 투자나 중국산 원자재 사용을 규제하는 대중 견제용 입법이다. 한국 기업에도 피해가 적지 않아 한미 간 마찰 요인이 됐지만 중국으로선 매우 불만스럽고 그 여파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간 자신들이 저지른 횡포들에 비춰보면 중국은 누구를 향해 삿대질할 자격이 없다.

중국은 최근에도 한국 드라마 방영을 하나씩 허용하면서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낳게 했다. 하지만 이런 생색내기로 한국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나아가 중국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도 방관하며 김정은 정권을 비호하고 있다. 이래선 우리 정부나 기업의 탈(脫)중국 흐름을 가속화할 뿐이다. 특히 기업들로선 보다 신뢰할 수 있고 더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곳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 중국은 국내시장을 적극 열고 외국기업에 불공정 게임을 강요하는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왕이#미국#규칙 파괴자#말할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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