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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저출산發 소비산업 변화 위협적 경고로 인식해야 [광화문에서/박선희]

입력 2022-12-03 03:00업데이트 2022-12-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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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산업2부 차장박선희 산업2부 차장
저출생이 심화되면서 영유아 식품시장 철수를 선언하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 LG생활건강은 분유를 비롯한 영유아 식품 브랜드 ‘베비언스’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생산분을 끝으로 생산을 멈춘다. 매일유업도 일부 분유 제품을 단종시키고 있다. 롯데제과는 ‘파스퇴르’의 이유식 사업을 접었다.

몇 달 전 갑작스러운 사업 종료를 발표하고 전 직원에게 해고 통보를 했던 푸르밀 사태도 따지고 보면 저출생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 회사는 일방적인 대량 해고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며 사업 종료를 철회하는 대신 인원 30%를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경영상의 문제점이 많았지만 익숙한 히트 상품을 내온 유제품 기업이 아예 회사 문을 닫으려고 한 배경에는 저출산으로 우유 소비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산업의 구조적 한계도 깔려 있었다.

영유아 식품, 장난감, 유아 의류 등을 제조하는 소비재 기업들은 저출산으로 인한 위협감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게 된다. 저출산으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국내 성장에 한계가 있다 보니 해외 자본에 회사를 매각하거나 오프라인 매장 철수, 사업 종료가 수시로 일어난다. 토종 아동복 브랜드 해피랜드는 10여 개에 달했던 브랜드를 2개로 줄였고 25년간 선보였던 유아복 브랜드 ‘파코라반베이비’ 사업도 접었다. 아가방앤컴퍼니, 제로투세븐 등 국내 대표적 아동복 기업들은 오프라인 사업을 급격히 축소시키고 있다.

유아동 상품만큼 직접적이진 않지만 식품, 의류 등 소비 산업 전반은 인구구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식품업체들이 신사업을 늘리고 해외 진출 확대로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는 것은 사실 생존을 위한 절박한 동기에서다. 이대로라면 인구의 자연 감소분만으로도 시장 자체가 소멸을 향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2020년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전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에 접어들었다.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 출산율은 2025년 0.70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 문제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처럼 다뤄지기 쉽다. 실험실 속 개구리처럼 서서히 가열되는 온도에 무의식중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저출산의 여파가 실제 우리 삶을 파고들 때는 멀쩡하던 직장이 사라지고, 사업이 종료되는것 이상의 파괴적인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인구 데드크로스는 사실상 산업을 넘어 국가 전체의 경쟁력과 존속 자체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다. 이미 소비 산업 전반에 암울한 징후들이 가시화됐지만, 우리 사회가 이를 얼마나 직접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분명해지는 경고 신호를 놓쳐선 안 된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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