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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27년 난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주무부처 정해 공론화를”[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2022-08-15 03:00업데이트 2022-08-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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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과제 ‘유보통합’ 해법은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외부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들의 모습. 동아 DB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만 2세’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흔한 고민은 ‘내년부터 아이를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 어디에 보내느냐’는 문제다. 만 3∼5세 유아에게 공통의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누리과정’이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두 기관의 기본 프로그램은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보육’에 뿌리를 둔 어린이집보다 ‘교육’에 방점을 둔 유치원에 보내는 게 더 낫다고 여기는 부모가 적지 않다. 반면 어린이집에도 유치원 교사 자격이 있는 교원이 많아 전문성에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더 오래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우선 고려하기도 한다.

이처럼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서로 보완재 또는 경쟁 대상으로 공존해 왔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더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려면 두 기관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논의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담겨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보통합을 둘러싼 갈등과 선결 과제를 짚어봤다. 》

○ 27년간 공전한 유보통합 논의

유보통합 논의의 시작은 김영삼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발표한 5·31교육개혁에 유보통합 방안이 처음 제시됐다.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통합한 ‘유아학교’ 개념이 이때 나왔다. 하지만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김대중 정부도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유아 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내용의 ‘유아교육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때는 보육계의 유보통합 반대 목소리가 컸다. 보건복지부와 시설 원장 등은 “보육 기관은 저소득층 복지 차원에서라도 별도로 있어야 한다”며 통합에 반대했다. 원아들이 유아학교를 선호하게 되면 기존 어린이집은 만 0∼2세 보육 전담 기관으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이후 주춤하던 유보통합 논의는 박근혜 정부에서 되살아났다. 2013년 유보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3단계 유보통합 추진 방안이 발표됐다. 1단계로 두 기관의 정보공시 범위, 평가기준 등 행정적인 부분을 우선 통합하고, 2단계로 이용 시간과 시설 기준 통합을 추진하는 방안이었다. 마지막으로 관리 부처 일원화와 교사 양성체계 통합 등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이 나왔다.

하지만 갈등 요소가 많아 가장 실현이 어려운 문제를 후순위로 둔 게 패착이었다. 주무 부처 없이 국무조정실에서 진행하다 보니 부처 간 이견 속에 추진력에 한계가 드러났다.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임기 중 1단계 통합안조차 큰 진척을 이루지 못했고, 정권 후반기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다음 단계를 추진할 동력도 사라졌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유보통합 대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 완화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유보통합 논의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 국정과제로 다시 부상한 유보통합

유보통합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논란 끝에 사실상 폐기되면서, 당초 정부가 내세운 ‘국가교육책임’ 완수를 위해 유보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한유미 호서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국제 사회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유아교육의 일원화를 강조하고 있다”며 “맞벌이 여부, 경제적 능력 등 보육 여건에 따라 기관 선택이 좌우되고, 교육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보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교사 자격과 처우 문제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 이상의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직 과정을 이수한다. 국공립 유치원은 임용시험도 본다. 반면 어린이집 보육 교사는 전문대 이상 졸업뿐 아니라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를 통해서도 자격을 얻는다. 유치원이 어린이집보다 교사 자격 취득 과정이 까다로운 구조다.

처우도 차이가 있다. 2017년 정부 조사에서 초임 유치원 교사 월 보수는 국공립 약 225만 원, 사립 183만 원이었다. 2018년 조사에서 초임 어린이집 교사 월 보수는 국공립 203만 원, 민간 187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은 어린이집 교사와 같은 처우를 받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서울의 한 15년 차 유치원 교사는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한 과정이 다른데, 같은 자격과 처우로 묶이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중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만 3∼5세의 경우 가르치는 과정도 동일하고, 어린이집에도 유아교육을 전공한 교사가 많다”며 “자격 통합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직역 간 갈등은 정부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충분히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재필 영유아교사협회 대표는 “어린이집 교사들도 무조건 같은 자격을 얻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가 교육이나 자격 취득을 통해 적절한 호봉을 인정해주고, 교원으로 인정받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주무 부처 지정하고 수요자 입장에서 추진해야

유보통합은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다. 통합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하더라도 운영 방식에 대한 이견 조율이 필요하다. 영국과 스웨덴 등은 취학 전 모든 돌봄과 교육을 교육부가 통합 관리한다. 반면 프랑스는 만 0∼2세는 보육 부처가, 만 3∼5세는 교육 부처 소관이다. 국내에서도 모든 영유아를 하나의 통합기관에서 맡을지, 만 0∼2세는 현재의 어린이집과 같은 별도의 시설에서 담당할지 의견이 엇갈린다.

유보통합정책포럼, 한국유아교육보육복지학회가 올 4∼6월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와 학계 전문가 22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8.2%가 만 0∼2세와 만 3∼5세 교육을 분리하는 방법을 선호했다. 만 0∼5세 연령 통합교육을 지지하는 응답은 19.3%였다.

한유미 교수는 “현재 운영 중인 시설의 전문성을 살려 만 0∼2세 돌봄에 특화된 곳은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명하 안산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지금도 국내 보육 관련 전공은 지원자가 줄어 폐과 위기인 곳이 많다”며 “교육과 돌봄을 분리해서 운영하면 영아 보육 기피 현상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보통합 실현을 위해선 박근혜 정부의 시도와 실패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그때와 달리 주무 부처를 명확하게 정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많은 나라들이 영유아 교육을 교육부에서 맡고 있다”며 “어린이집 교사들도 교육부 중심의 유보통합 추진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설 운영자나 교사의 입장보다 영유아와 그 부모들의 관점에서 유보통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론화 없이 추진되는 유보통합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오채선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그동안 유보통합 논의는 재정 지출을 줄이고 싶은 정부나 기관 종사자 처우 등의 측면에서 주로 논의돼 왔다”며 “전체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책사회부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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