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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공동체 위한 숭고한 散花… 남겨진 아픔 사회가 보듬어야

입력 2022-08-12 00:00업데이트 2022-08-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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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13일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유가족과 친구, 동료 등이 촛불을 들고 순직 경찰관들을 추모하고 있다. ‘폴리스위크’ 행사로 열린 이날 촛불추모제엔 미국 전역에서 6000여 명이 참석했고, 지난해 직무 수행 중 순직한 경찰관 619명의 이름이 1시간에 걸쳐 모두 낭독됐다. 1982년 유가족 120여명의 추모행사로 시작된 폴리스위크는 매년 수천 명이 모이는 연례행사로 발전했다. 워싱턴DC=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복’의 의로운 죽음은 공식적으로 기억된다. 2017년 9월 강릉 석란정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이영욱 소방경과 이호현 소방교, 2016년 태백 강풍 피해를 수습하다 숨진 허승민 소방관 등 148명의 소방대원이 국립대전현충원 묘역에 안장됐다.

그러나 이들이 남기고 간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 이는 드물다. 명예로운 죽음을 자랑스러워하기보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오래도록 슬퍼하는 사람들. 이들의 이야기를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산화,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 담았다. 석란정 화재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새벽마다 화재 현장의 추모비를 쓸고 닦는다. 같은 화재로 30년을 함께 산 남편을 보낸 아내는 매일 아침 남편의 구두를 닦고 밤에는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쓴다. ‘당신 없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싫어요….’

오랜 슬픔은 병이 된다. 휴대전화 번호와 차량번호에 ‘119’를 넣을 정도로 소방관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남편이 강풍 피해 현장에서 비보를 전해온 후 아내는 생후 100일 된 딸만 생각하고 울지 않기로 했다. 웃을 수도 없었다. “남편 보낸 지 얼마 됐다고” 하는 수군거림이 무서웠다. 힘들 땐 시어머니를 찾았다. 젊은 시절 남편을 여의고 호떡을 팔아 아들을 키운 시어머니 말고는 이 고통을 나눌 이가 없었다. 무너지지 않겠다던 그는 결국 공황장애를 얻었다.

남겨진 사람들이 기댈 곳은 많지 않다. 매년 순직 소방공무원 추모식이 열리는데 의례적인 식순에 서로 어색해하다 끝난다. 미국의 추모식은 3박 4일간 순직 소방관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와 함께 진행된다. 지난 1년간 순직자들의 이름을 호명할 때는 유족이 아닌 사람들까지 ‘평생 잊을 수 없는 위로와 공감을 느낀다’고 한다. 추모 기간이 아니어도 유족들의 회복을 돕는 맞춤형 모임들이 수시로 열린다.

국내에서는 유족 지원에 뜻있는 공무원과 유족들이 자조 모임을 만들어 서로 다독여주고 새로운 순직자의 가족들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제복에 빚진 사회가 그 유족들이 스스로 슬픔을 이겨내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제복을 예우하는 만큼 남겨진 사람들도 보듬어야 한다. ‘괜찮은 척’ 애쓰지 않아도 정말 괜찮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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