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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조선업 근로자 61%가 사내하청… 고용 경직성이 분쟁 키워[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2022-08-09 03:00업데이트 2022-08-09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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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파업 이후, 분쟁 해법은
지난달 20일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 1독의 선박진수 작업을 막은 채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사진 왼쪽). 이에 대우조선 정규직들이 격별을 사이에 두고 파업 종료를 촉구하는 맞불 농성을 하면서 노노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거제=뉴스1
김재형 산업1부 기자
‘소속 외 근로자’(파견, 용역, 사내도급)는 특정 업무를 아웃소싱(외주)받은 협력사 직원이면서 원청업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말한다. 흔히 사내하청 근로자로도 부른다. 국내 소속 외 근로자는 지난해 기준 86만4000명으로 전체 근로자 497만3000명의 17.4%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2014년부터 고용형태조사를 해왔다. 이 통계에 따르면 소속 외 근로자는 2016년 93만1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88만1000명까지 하락했다. 2020년 91만3000명으로 반등했다 지난해 다시 5만 명 가까이가 줄었다. 등락을 거듭하면서 꾸준히 90만 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 노사 협상은 기업과 해당 기업 소속 근로자가 직접 샅바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소속 외 근로자의 경우 구조가 복잡해진다. 하청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와 테이블에 앉지만 실은 원청기업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51일간 파업하면서 옥포조선소 1독을 점검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 ‘하청 근로자’ 비중이 60%가 넘는 조선업

조선업에서 사내하청 근로자(소속 외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의 61.2%나 된다. 주로 용접, 도장, 취부(블록 등을 사전 용접하는 작업) 등 조선소에서 업무 강도가 높고 힘든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조선업 침체기의 구조조정 1순위 대상이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에 따르면 ‘수주 절벽’ 시기였던 2017년 국내 조선 11개사 사내하청 근로자는 6만1465명으로 전년(10만 8841명)보다 4만7376명(43.5%)이 줄었다. 원청 직원 감소율(16.9%)의 두 배 이상이다. 실제 조선업 전체의 소속 외 근로자 비중은 2015년 67.8%에서 2018년 57.1%로 3년 새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그만큼 수주가 줄어들어 경영이 악화되자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조선소를 떠났다는 얘기다. 남은 이들 역시 일감 부족으로 인해 잔업수당이나 상여금 등을 받지 못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삭감된 임금을 원상회복하는 수준인 임금 30%를 인상하라”고 요구한 배경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고용 불안과 저임금 상태에 놓였던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수주에 다시 활기가 돌자 억눌렀던 요구를 한꺼번에 쏟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청지회 측은 사내하청 근로자들 상당수가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 수준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협력사들의 얘기는 다르다. 협력사 측 주장을 종합하면 직무와 개별 생산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평균 시급은 1만1160원 수준이라고 한다. 도장 업종은 1만3200원 안팎이다. 최저임금보다는 20∼40%가량 많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순 없지만 협력사 직원 대다수가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대우조선해양 정규직의 70%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하청업체들은 또 수주가 잘된다고 공사대금이 갑자기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임금 인상을 해주더라도 ‘시차’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선업에서 선박 수주 후 설계를 거쳐 하청업체에 일감이 내려가려면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책임론’을 꺼내들기도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분식회계 사건 이후 공적 자금이 7조 원 넘게 투입됐지만, 부채 비율이 여전히 500%가 넘는다. 이런 부실 경영은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고, 노동계는 이에 ‘강 대 강’으로 맞붙으면서 공회전을 거듭해 왔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환경 규제나 경기 변동의 국면마다 근시안적인 경영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다가 조선업의 경쟁력을 잃었다”며 “사내하청 노동자를 수시로 해고의 위험에 내몰며 고용 안전망까지 해체시킴으로써 양측이 극단적으로 자신의 실리만 고집하는 ‘공멸의 구도’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사내하청 근로자 직고용?”…곳곳에서 지위 논쟁
지난달 28일, 포스코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59명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정년이 지난 4명을 제외하고 원고 승소인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청이 전산관리시스템(MES)으로 업무를 하달한 것에 대해 “사실상의 직접 지시(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이에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사내하청 형태로 크레인 업무 등을 담당한 협력사 직원들을 “포스코 직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회사 측은 단순히 업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MES를 쓴 것은 지시나 지휘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포스코는 법원 판결이 나온 다음 날 55명에게 직고용 안내문을 발송했다. 이들은 입사 후 소정의 교육을 받은 뒤 포스코 정규직원 신분으로 다시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뜨겁다. 포스코는 이번 판결 외에도 이미 1100여 명이 제기한 7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게다가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포스코는 협력업체 직원 전원을 지금이라도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에서 일하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은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크레인 업무 외 다른 하청 근로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른 기업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판결로 인해 원청 기업의 하청업체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요구가 산업계 전반에서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대규모 정규직화가 실현된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12년부터 하청 근로자들의 정규직 특별채용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까지 누적 약 1만 명에 이른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현대ITC·IMC·ISC 등 자회사를 설립해 원청의 80% 임금 수준으로 협력사 직원들을 고용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는 ‘사내하청 구조’는 결국 대한민국 노동법의 경직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사내하청을 많이 써온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산업들은 정규직 노조의 발언권이 특히 세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우선 과제”라며 “동시에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다단계 하청(도급) 구조에 대해선 엄격한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형 산업1부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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