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29년 만에 국내 공장 건설… 노조 생산성 제고로 답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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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29년 만에 새 공장을 국내에 짓는다. 그제 현대차 노사는 2조 원을 투입하는 국내 첫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에 합의했다. 연간 전기차 15만 대를 생산할 새 공장은 울산에서 내년 착공해 2025년 준공된다. 노사는 2013년 이후 중단됐던 생산, 기술직 신규채용도 10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국내에 공장을 짓는 건 1996년 아산공장 완공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해외에서만 생산 설비를 늘린 데에는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 고임금, 강성 노조의 영향이 컸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시간당 차량 생산 대수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3분의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산라인을 만들거나 바꿀 때에도 일일이 노조 동의를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는데도 공장 건설을 결정한 것은 투자 시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전동화’의 바람에 올라탄 세계 자동차 산업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미국 테슬라가 선두로 치고나가는 가운데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중국의 자동차 수출 대수가 한국을 추월하는 일도 벌어졌다. 도요타 폭스바겐 포드 등 메이저 자동차업체들은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 속에서 사업체계를 바꾸고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나온 현대차의 투자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결정이다. 내연기관차보다 구조가 단순한 전기차 생산에는 인력이 30% 이상 적게 필요한데도 노사가 생산직을 추가로 채용하기로 한 만큼 그 이상의 생산성 향상을 보여줘야 한다. 노조는 투자를 제약했던 인력배치의 경직성 등에 유연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협조할 필요가 있다. 정부 역시 현대차의 투자가 산업 경쟁력 제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현대차#국내공장건설#생산성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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