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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어부와 소비자의 직거래[김창일의 갯마을 탐구]〈80〉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입력 2022-06-30 03:00업데이트 2022-06-30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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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당신은 해양문화를 전공하니까 커뮤니티 플랫폼이 어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미래를 내다보는 해양민속학자가 되시길.” 지난주 아내가 보낸 문자메시지다. 지금껏 칼럼을 쓰면서 아내를 몇 번 언급한 적이 있다. 수산시장이나 마트에서 해산물에 대해 잘 모르는 아내를 관찰한 에피소드가 소재였다. 4년 동안 남편이 쓴 칼럼을 읽은 효과일까. 요즘은 해양문화와 물고기에 대해 곧잘 아는 척을 하더니 급기야 생각지 못한 주제를 알려주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내의 제안에 홍게를 주문해 보라는 답 문자를 보냈다. 신선도를 확인한 후에 관심을 가져 보겠다고 했지만, 주말에 해산물을 먹으려는 속셈이었다. 주문한 홍게가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하는 바람에 예기치 못하게 홍게찜과 맥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흥이 난 아내는 한 수 가르쳐 주겠다는 태도로 말문을 열었다. “소비자가 어부에게 조업 요청을 하면 물고기를 잡아서 보내주는 시스템이야. 어획하자마자 배송하니까 소비자는 신선한 해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고, 어부는 중간 유통과정이 없으니 제값에 판매할 수 있는 공정 플랫폼이라 할 수 있어.” 아내의 말에 건성으로 답하며 홍게와 맥주를 즐겼다. 귀담아듣지 않는 걸 눈치챈 아내는 “지금까지 바닷가를 다니며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기록하고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 우리 어촌의 미래도 고민해 봐”라며 허를 찌르는 게 아닌가. 할 말을 잃고 커뮤니티 플랫폼을 살펴봤다. 소비자가 주문하고, 선장이 잡아서 보내주는 직거래로, 어장과 조업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었다.

소비자 반응을 읽다가 “주문한 생선은 도대체 언제 받아볼 수 있나요”라는 글이 눈에 띄었다. 배송할 날짜에 맞춰서 물고기가 잡혀줄 리 없으니 당연한 반응일 터. 빠르면 주문한 다음 날 받아볼 수 있지만 5, 6일 기다리는 건 예삿일. 당일 배송이 일상화된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시스템으로 보였다. 중간 유통단계가 없다지만 특별히 저렴하지도 않았다.

다만 잡자마자 바로 배송하는 점이 경쟁력이었다. 수산물은 일반적으로 잡은 물고기를 위판장 입찰을 통해 중매인이 매입하고, 중매인은 다시 상인에게 넘기고, 상인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을 거친다. 커뮤니티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런 과정이 생략돼 어부는 위판가 두 배 정도의 안정적인 판매가를 유지할 수 있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신선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소비자가 조업과 어장이라는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방식이기에 쇼핑몰 형태와 다르다. ‘조업 요청형 수산물 직거래 중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다수의 이용자는 느리지만 신선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는 기다림을 즐기는 듯했다. 기다리는 중에 선장이 보낸 조업 및 운송 상황을 피드백 받음으로써 어민과 소비자 간에 유대감이 형성돼 재구매율이 매우 높단다. 앞으로 이런 플랫폼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서로 상생하는 유통 방식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직거래 방식으로 온라인상에서 어획 과정이나 가공 장면을 보여주며 신뢰를 쌓은 후 판매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나 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오랫동안 눈여겨봐서 유대감이 쌓인 생산자에게 주문하곤 하는데 실망한 적이 없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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