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아주 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는 복잡한 기기다. 그래서인지 운행하다 보면 이런저런 문제가 꽤 자주 발생한다. 안전에 지장이 없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즉시 수리해야 하는 것도 있다. 그래도 자동차는 이상이 발생하면 차를 세우고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면 이송시켜 수리할 수도 있다.
우주발사체는 몇십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매우 복잡한 물건이다. 자동차와 달리 이륙을 시작한 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게 어렵다. 우주에서 비행하는 발사체를 세울 수도 없을뿐더러 그것을 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주발사체나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시스템 프로젝트는 대개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기대하던 바를 모두 달성하면 “성공”한 프로젝트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분적인 성공”으로 인정받기보다 “실패”로 규정된다. 우주 시스템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래 사람이 애매하거나 복잡한 것보다는 분명한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 때문에 우주발사체 개발진들은 임무 성공을 위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노력을 기울인다. 수없이 검토하고, 발생 가능한 수많은 문제를 대비한다. 발사 시기가 다가오면 불안감에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사소한 오류에도 수년간의 노력이 모두 “실패”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15일 누리호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질량 모사체인 더미 위성만 실렸던 지난해 1차 발사와 달리 이번에는 실제 인공위성인 성능검증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을 충분히 확보했는지, 그래서 더 높은 단계의 기술로 도약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는지 여부다. 누리호 프로그램의 목표는 우리나라 독자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리호 비행 시험 결과는 발사체 기술 확보에 대한 종합적 검증이지만 그것이 12년 넘게 지속된 누리호 개발의 성과를 온전히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2차 비행시험이 성공한다면 무척 기쁜 일이지만 그것이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 전체가 성공적이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패한다고 해도 연구개발 과정에서 이룩한 성취까지 모두 부정해서는 안 된다. 얻고자 한 기술을 충분히 우리 것으로 만들었는지, 연구개발 과정에서 개선할 점들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누리호의 반복 발사를 통한 신뢰성 확보 계획이 확정되어 있고, 다음 세대 우주발사체 개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누리호 1차 발사 이후 그 결과가 성공인지 실패인지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 성공 혹은 실패로 답하는 것이 마땅치 않아 몇 가지를 고려해 어떤 학점 정도라 생각한다고 답을 하곤 했는데, 점수가 너무 야박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상당히 많았다. 이달 누리호 2차 발사가 잘 진행되어 이번엔 그 결과에 대해 더 후한 평가를 할 수 있기를, 그래서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은 전체적으로 볼 때 성공적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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