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가진 한국에 대한 오해와 진실[벗드갈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얼마 전 한국에서 유학을 하거나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미팅 이벤트를 연 적 있다. 코로나19로 한국에 올 계획을 미룬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에서 오래 산 경험을 통해 이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해 최선을 다해서 답변을 해줬다. 그리고 이들의 궁금증들을 살펴보면서 한국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첫 번째로 기억에 제일 남는 질문은 ‘한국 사람들은 모두 재벌이고 돈이 많나? 실제로 그런가?’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아니라고 답했다. 한국 사람들이 돈이 많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한국 드라마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속에서 재벌2세와 관련한 내용이 안 나오면 드라마가 생각보다 재미없어질 수 있을까봐 작가들이 이런 내용을 꼭 넣으려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재벌 얘기가 많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화려한 재벌2세도 있겠지만 겉은 수수해보이지만 실속 있는 소위 ‘알부자’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필자의 경우 대학 시절부터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놀라왔던 것 중 하나가 충분히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면서도 늙어서까지 노동을 하면서 생활한다는 점이었다. 또 대부분의 한국 알부자들은 검소하게 사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평생 돈을 아끼고 모으는 법만 배우고 살았으니 쓰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질문은 한국 사람들은 왜 인사를 할 때 자꾸 밥을 먹었는지에 대해서 묻냐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가 사실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 이유는 한국은 민족 전체가 식량이 부족해 굶은 적이 많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한국은 다른 나라들로부터 침략을 받은 적이 많다고 알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는 한국 역사상 황금기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로는 한국 사람들 모두가 외모지상주의에 빠져있냐는 질문이었다. 필자는 웬만해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 질문만큼은 피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예쁨에 대한 기준으로 흔히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는 ‘얼굴이 주먹만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실질적으로 얼굴이 작은 외국인에게 말한다면 굉장한 실례가 될 수 있다. 또한 타인의 신체를 향해 팔등신, 구등신 등이라며 평가하는 것은 왠지 어색하고 부정적인 것으로 외국인에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서라면 한국은 생각보다 외국인에 대한 법률과 처우가 잘 마련된 나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높은 측에 속한 사람들은 50대 이상 어르신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한 때 국가 발전을 위해 젊음과 청춘을 바쳤던 사람들의 향수 때문이지 않을까도 싶다. 하지만 다는 아니지만 다문화가정 초창기 때 장가가지 못한 한국의 노총각들 때문에, 한국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들에 대한 좋지 못한 편견을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것 같다. 국내총생산(GDP)이 한국보다 적다면 자연스레 못 사는 나라라고 생각도 한다. 필자도 이와 관련해 경험이 있다.

처음 한국에 유학 왔을 때 한 목욕탕에서 겪은 이야기다. 친한 친구들과 한국의 목욕 문화를 즐기려 동네 목욕탕에 가서 한국 사람들과 친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이야기가 한참이었을 때다. 주변에 있던 한국인 아주머님들께서 첫 인사와 함께 한국에 혹시 결혼하러 왔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유학을 온 상황이었고 결혼은 생각이 없던 때라 매우 실례되는 질문 같았다. 이뿐 만 아니라 필자의 지인이 한국의 치과에 치료를 위해 갔을 때 치과 의사가 환자의 개인 정보를 이용해 이후 환자에게 연락을 해와 본인의 친척인 노총각과의 소개팅 참석 여부 등을 물어봤던 사례가 있다.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이상적인 곳으로 비칠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차별과 그릇된 인식을 경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인들에게 하는 비슷한 실수가 더는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외국인#한국에 대한 오해와 진실#재벌#밥 먹었니#외모지상주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