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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코로나 확진으로 돌아본 내 마음[공간의 재발견]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입력 2022-03-25 03:00업데이트 2022-03-25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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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한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마음속은 모른다더니, 맞는 말이었다.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간 자가 격리를 하면서 여러모로 애매한 기분을 느꼈다. 개인사업자인 탓에 처음 확진 결과를 받고는 당장 그 주에 있는 업무 미팅과 일정이 걱정됐다. 하필 이번 주에, 하고 원망이 터져 나왔다. 사실 언제 걸렸어도 그랬을 것이다. 약속도 하나씩, 차례로 정리했다.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는 “푹 쉬어라, 핑계 김에 쉬는 거야”라고 건조하게 말했다. 휴대전화 캘린더에 있는 일정을 하나씩 지우는 기분은 시원하기도, 아쉽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은 홀가분하게 보냈다. 차분하게 일을 하고, 중간중간 여유 있게 커피를 마셨다. 삼일째가 되니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밖에 나가고 싶다는 문제가 아니었다. 충분히 할 일이 많았음에도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생기도, 즐거움도 없이, 다른 사람, 다른 공간과의 화학 작용도 없이, 그저 혼자서 혼자만의 일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노인이 된 것처럼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이상하게 아내에게도 당당해지지가 않아서 갑자기 순한 남편이 되었다. 평소보다 더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도 돌렸다. 이상하지. 실직을 한 것도, 기가 팍 꺾일 만큼 큰일이 닥친 것도 아닌데 자동적으로 쪼그라들었다. 아무 약속도 없이, 엿가락처럼 늘어진 하루를 그렇게 원했으면서도 막상 그날이 오니 재미있게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보통의 하루를 무난하게 보내지 못하다니 어쩌려고 이러나, 언젠가 은퇴를 해 ‘뒷방’에 앉아있을 날이 많아지면 어쩌려고, 하는 위기감이 뭉근하게 차올랐다.

내일이면 자유인데 뭔가 찜찜하다. 너는 어떤 사람이니?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니? 하는 물음은 돌직구처럼 느닷없이 날아왔는데 미처 속 시원히 답을 못 하고 어영부영 다시 무대로 올라가는 기분이랄까? 경보 선수처럼 매사에 ‘달리는’ 인생으로 살다 보니 그 속도와 가학이 몸에 배어 모처럼 한가해지니 좀이 쑤시고 급기야 이건 좀 무료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셈이니 뭔가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코로나는 그렇게 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나름 선명하게 판정을 내렸다. ‘내가 보기에 인간은 쉴 수 있는 사람과 쉴 수 없는 사람으로 나뉘는데 넌 전자다!’라고. 쉴 수 있어야 생각도 자라고, 사람도 자라는데 지금처럼 별 생각 없이 하루하루 일만 하다 끝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서 제일 크고 막막하고 깊고 모호한 ‘공간’이 사람 마음속 아닐지. 더 늦기 전에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이 문제로다.

정성갑 갤러리 클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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