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명운 건다더니 결론은 용두사미 LH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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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반부패공공범죄 수사과장(총경)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부동산 투기사범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송영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반부패공공범죄 수사과장(총경)이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기자실에서 부동산 투기사범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어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을 중심으로 구성된 특수본은 1년여간 수사를 진행해 총 4251명을 송치하고 6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군청직원들이 단체로 관내 도로 개설 예정지에 땅을 사들인 사실 등 고질적·구조적 비리를 밝혀 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동안 쏟아진 의혹에 비하면 경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는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LH 전현직 직원 14명과 가족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 원대 부동산을 사들여서 막대한 차익을 봤다는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에서 시작됐다. 이후 LH 직원들이 부동산개발회사까지 별도로 차려 조직적으로 투기를 했다는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LH는 직원만 1만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LH 임직원은 98명에 불과했다. 투기거래를 할 때는 대부분 가족이나 친지 명의를 이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LH 직원들의 투기 무대가 된 신도시 주변에는 국회의원, 지자체 공무원, 지방의원 등도 미공개 사전 정보를 이용해 땅을 사들이고 경작하지 않을 농지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줄을 이었다. 의원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권익위의 조사에서는 25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권익위 의뢰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 33명 중에서도 6명만 송치됐을 뿐 나머지는 ‘혐의 없음’ ‘공소시효 경과’ 등의 이유로 면죄부를 받았다.

경찰은 이 사건의 수사를 시작하면서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공직자의 경우 은밀하게 내부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입하고도 수사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댄다는 말인가.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확대한 권한에 걸맞은 실력과 책임의식을 하루빨리 보여줘야 할 것이다.
#lh#용두사미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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