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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290만 몰린 청년희망적금 ‘희망 고문’ 더는 없어야[광화문에서/정임수]

입력 2022-03-08 03:00업데이트 2022-03-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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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임수 경제부 차장
정부의 엉터리 수요 예측과 가입 자격 논란 등으로 잡음이 이어졌던 ‘청년희망적금’이 4일 신청을 마무리했다. 2주간 290만 명이 가입해 흥행 돌풍이다. 당초 올해 예산 456억 원 내에서 선착순 38만 명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첫날부터 은행 애플리케이션이 먹통 될 정도로 인기를 끌자 부랴부랴 정부는 신청한 청년이 모두 가입하도록 방침을 바꿨다. 가입자가 폭증해 정부 예산도 수천억 원대로 늘게 됐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마련된 이 적금은 은행 기본금리에 정부가 주는 장려금과 비과세 혜택이 더해져 연 최고 10%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파격적 금리에도 납입 한도(월 50만 원)가 적어 만기 2년을 채우면 최대 111만 원을 이자로 챙겨 간다. 이 때문에 생색내기용 상품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막상 출시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청년들이 이자 111만 원에 열광한 것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N포세대의 척박한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2030세대가 기회의 사다리로 삼았던 주식과 코인 시장이 올 들어 급락하자 손실 위험 없이 높은 이자를 주는 희망적금에 거는 기대가 커졌다.

대통령과 국회까지 나서서 예산 증액과 대상 확대 등을 주문했지만 가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의 불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희망적금은 지난해 총급여 36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가 가입할 수 있다.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이나 소득 증빙이 힘든 알바생, 프리랜서는 형편이 어려워도 가입이 안 된다. 자산은 고려 기준이 아니라 연봉이 적은 금수저는 가입해도 월급 270만 원 넘는 흙수저는 탈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까지 가입 기회를 줘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불공정 논란이 꼬리를 무는 이유다.

유력 대선 후보들도 청년희망적금 확대 버전인 청년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년간 5000만 원을 모을 수 있는 ‘청년기본적금’을 제시했다. 청년이 매달 65만 원씩 5년간 납입하면 연 10%대 우대금리에 정부 장려금을 합쳐 1100만 원을 얹어주는 식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10년간 목돈 1억 원을 만들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를 약속했다. 가입자가 매달 70만 원 한도 내에서 저축하면 정부가 소득에 따라 월 10만∼40만 원씩을 보태는 구조다.

열심히 저축하는 청년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적금은 연 100만 원(청년기본소득), 월 50만 원(청년도약보장금)씩 쥐여주는 현금 퍼주기 정책과 다르다. 청년들의 일할 의욕을 높이고 자산을 불릴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 살이 많아, 1만 원을 더 벌어 탈락하는 이들 사이에선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7월 이후 희망적금 재개를 검토 중인 금융당국이나 버전2를 준비하는 차기 정부가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 근본 해법은 일자리다. 청년이 바라는 주 40시간 이상 풀타임 일자리는 최근 4년간 209만 개 사라졌다. 차기 정부는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능력을 펼칠 공정한 기회를 주는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정임수 경제부 차장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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