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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한 지붕 아래 ‘단독주택 9채’가 있는 집[임형남·노은주의 혁신을 짓다]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입력 2022-03-01 03:00업데이트 2022-03-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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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 9채가 한 건물에 담긴 공동체 주택인 ‘맑은구름집’의 내부. 각 가구들의 공간은 개성을 반영해 각각 다르게 설계됐다(사진 위, 아래). 박영채 제공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은 100%가 넘은 지 10년이 지났다. 전국에서 제일 낮은 서울도 95%를 넘어선다. 이 정도면 이제 모든 가구가 집 걱정을 하지 않고 사는 게 당연할 것 같다. 그러나 집이 부족하다. 특히 도시에서는 자가 비율이 50%를 밑돈다고 하는데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실 집은 100년 전에도 부족했고 30년 전에도 부족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끝없이 무언가를 밀어내며 집이 지어진다. 결핍을 자양분으로 삼아 집값은 오르고 그 ‘집값’은 정치적 이슈가 되며 사람들에게 기쁨과 좌절을 준다.

도시 주택난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20세기 초에도 문제가 아주 심각했다. 그때 경성에서는 정세권이라는 인물이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실행했다. 이를테면 개발사업의 원조 격인데, 그의 해결 방식은 표준화된 한옥을 짓고 금융 편의를 봐주며 공급하는 것이었다. 그가 공급했던 집들은 지금 한옥마을로 널리 알려진 가회동 31번지나 익선동 166번지 일대이다. 그는 큰 집이 있던 넓은 필지를 쪼개어 여러 필지로 나눠 적당한 크기의 도심형 한옥을 짓고, 사람들을 모아 ‘할부금융’을 통해 매입에 필요한 경제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분양했다. 집은 대청 맞은편에 장독대와 그 아래 광을 둔 공간을 만들고, 유리창이 달린 툇마루와 대청, 마당을 품은 ㄷ자형 한옥의 구조였다. 기존의 한옥 형식에 달라진 근대의 생활을 담은 집은 단순히 개발사업만이 아닌 시대적인 흐름과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다.

건물 지하에는 공동 주방 및 거실(위쪽 사진), 그리고 도서관 겸 음악실(아래쪽 사진)도 마련됐다. 박영채 제공
20세기 현대건축의 주거에 대한 화두 역시 표준화와 대량생산이 가능한 평등하고 보편적인 건축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래서 공동주택이 많이 연구되고 실험되었는데, 그런 이념이 가장 화려하게 꽃핀 곳은 바로 우리나라일 것이다. 다만 현대건축의 영웅들이 생각했던 그런 윤리적이고 민주적인 삶의 도구로서의 집이 아니라, 부를 증식하는 수단으로서의 집이 된 것이 아이러니다.

공동주택의 큰 축은 대단지 아파트다. 60년대 말부터 마포아파트, 금화아파트, 회현 시민아파트,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다양한 아파트가 정책의 지원을 받으며 들어섰고, 70년대 말 강남 개발이 이루어지며 도시의 풍경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축은 연립주택들이다. 작은 단위의 필지에 쉽게 지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80년대 이후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서기 시작한다. 흔히 ‘빌라’라고 부르는데 원래는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 별장을 뜻하는 단어를 가져다 쓰면서 연립주택의 대명사처럼 되었다.

법적으로도 주택은 크게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나뉘는데, 단독주택은 한 가구만 사는 진정한 의미의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다중주택 등 세 가지가 있다. 다가구주택은 요즘 가장 흔한 주거의 형식으로, 3개층 이하 단일 건물에 여러 가구가 살고, 각각의 주방과 화장실 등 독립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구성을 갖추고 있다. 건물의 소유주가 한 사람이라 세대를 나누어 분양할 수 없고 임대만 가능하다. 다중주택은 흔히 고시원이라고 부르는, 개별적인 방이 여러 개 모여 있고 화장실이나 주방을 공유하는 형식이다.

공동주택은 아파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으로 나뉜다. 5층 이상이면 아파트가 된다. 4개 층 이하면서 연면적(바닥 면적의 합)이 660m² 이하이면 다세대주택이고, 그 이상의 규모면 연립주택이다. 여기서 전용면적 85m², 300세대 이하면 다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분류된다. 소유형식과 규모에 따른 분류가 되어 있지만, 단독주택을 빼고 나머지는 사실상 공동주택으로 우리나라 집의 변천사가 그 용어들에 담겨 있다.

한 채의 집이었다가 여러 가구가 함께 살게 되고, 방을 하나씩 쓰다 층을 올려 짓는 연립주택이 나오고, 그런 집들이 한꺼번에 개발구역으로 묶여 철거되어 아파트가 되고…. 그렇게 하면서 생기는 ‘개발이익’을 좇는 것을 모든 일보다 우선하다 보니 다들 몸에 맞춘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집에 몸을 맞춰가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최근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똑같은 평면을 반복하는 기존 공동주택의 부족한 점들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합주택 혹은 공동체주택, 사회주택, 셰어하우스 등등 사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조건을 다양하게 반영한 집들이 그렇다.

‘맑은구름집’은 가구마다 채광, 조망, 주방이나 화장실의 형태가 다르고, 복층까지 결합됐다. 방 크기나 개수도 제각각이다 보니 창문 모양도 불규칙적이다. 박영채 제공
‘맑은구름집’은 9가구로 이루어진 공동체 주택이다. 가족의 구성원도 제각각이고, 기호도 취향도 다른, 이를테면 단독주택 9채가 한 건물에 담긴 형식의 집이다. 이웃이 될 가구원들은 일찌감치 모여서 대지를 마련하는 일부터 함께 시작했고, 각자의 개성과 용도를 반영하며 한정된 규모 안에서 마치 조각 모으기 게임을 하듯, 혹은 조각보를 꿰매듯 공간을 맞춰나갔다.

땅의 모양도 남북으로 좁은 사다리꼴 형태였기 때문에 가구마다 채광, 조망, 주방이나 화장실의 형태가 다 다르고, 심지어 복층까지 결합된 복잡한 구조로 완성되었다. 방의 크기나 개수도 제각각이다 보니 밖에서 보는 창문의 모양도 불규칙적이다. 지하에는 공동주방과 거실이면서 각자의 책을 모은 도서관이자 음악실이 있다. 여분의 짐들을 가구별로 보관할 수납공간과 세탁실도 따로 마련했다.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시대에 따라 집이라는 형식도, 그 안에 담기는 삶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장점이 결합되고,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웃을 맺고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사례들 또한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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